원인모를 고열환자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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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요즘 우리주위에서는 원인을 잘 모르는 고열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열이 많은데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을때 환자나 보호자는 물론 의사도 당황하게 되는데 이런 환자에게는 원인을 모른다 하여 「불명열(FUO)」이란 진단명이 붙게된다. 연세대의대 홍천수교수(내과)는 3주 이상의 기간에 걸쳐 섭씨 38.3도 이상의 열이 있고 최소한 1주 이상 입원하여 가능한한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실시했는데도 원인을 밝혀낼수 없는 경우를 불명열로 정의한다고 말한다.
발열을 야기하는 질병은 수없이 많으며 그 대부분은 쉽게 진단이 되고 진단이 되지 않더라도 쉽게 해열이 되며 또 과거에 비해 첨단의료기기와 진단기술의 발전으로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질병의 양상도 바뀌었고 비교적 잘 알려진 질병중에서도 전혀 엉뚱한 증상을 보일때 진단이 안되거나 늦어져 불명열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예로써 결핵은 진단이 아주 쉬운 병이지만 장이나 간·부고환등 신체의 깊은 곳에 균이 침범해 있을 경우 흉부X-선상 그 위치가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진단이 어려우며 또 장티푸스환자가 감기로 착각돼 항생제를 복용함으로써 균배양이 안돼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보고에 의하면 2주 이상 고열을 보인 내과입원환자가운데 84%는 입원 2주 이내, 9%는 그 후에 원인이 밝혀졌으나 7%는 퇴원때까지도 원인을 찾지 못했으며 고열을 호소한 소아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한 또 다른 보고에서는 12%가 원인불명 이었다고 한다.
인제의대 전종휘교수(명예학장·감염학)는 불명열은 원인을 모른다기 보다는 원인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원인미결 유열질환」으로 보는 것이 옳다면서 불명열의 내용이나 그 범주는 시대적인 배경, 의료기관의 진단검사시설, 의료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불명열의 원인으로는 감염증이 30∼50%, 암이 15∼20%, 교원성질환이 10∼15%, 기타 15%정도로 알려져있다.
감염증 가운데 결핵·장티푸스·심내막염이 비교적 흔하며 이밖에 유행성출혈열·쯔쯔가무시병·렙토스피라증·간농양·횡경막하농양·췌장농양·신장주위농양등이 있다.
불명열을 일으키는 종양(암)에는 임파종·백혈병·신장암·폐암·간암·췌장암등이 있는데 홍교수는 고열과 함께 요통과 고관절통을 호소한 50대 남자에서 입원 3개월만에 척추의 임파종으로 확진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밖에 흔하지는 않지만 간경변증이나 약물에 의해 발열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발열의 원인질환을 찾기 위해 병원에서는 혈액검사, 대·소변검사, 간기능검사를 비롯해 균배양검사, X-선검사, 동위원소 검사, 심음도검사, 혈관조영, 조직검사등 각종검사가 선택적으로 동원되며 특정약제를 써보는 시험치료나 시험개복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나 고열이 있을 때는 해열·진통제의 복용, 또는 주사를 맞는등 대중요법을 쓰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를 할 경우는 보리차등으로 수분을 공급해주게 된다. 또 가능한 활동을 피하고 집안에서 쉬든지 병원에 입원, 적절한 치료와 보호를 받는 것이 원칙으로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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