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만 좋다고 알아주나요 35년 만에 마케팅 눈 떴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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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사업을 시작한 지 35년이 됐지만, 이제야 수출과 마케팅에 눈을 뜨고 있습니다."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코멕스산업의 구자일(사진) 사장은 요즘 중국과 동남아 출장이 잦아졌다. 유럽과 미국에 집중됐던 수출 시장을 아시아권으로 넓히려는 전략 때문이다.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대장금'이라는 브랜드의 밀폐용기 1만 세트를 중국 상하이(上海)에 선적하기도 했다. 대만.베트남.필리핀.태국 등에도 3년간 2000만 달러어치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1971년 설립 이후 내수 시장에만 주력하던 이 회사가 수출과 마케팅에 신경 쓰게 된 것은 2년 전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상인 '독일 레드닷 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독일 생활용품 전시회에 출품한 이 회사의 밀폐용기 '바이오킵스'가 유럽 제품들을 제치고 수상하면서 수출 상담이 몰려든 것이다.

"우리 제품의 품질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죠. 이때부터 사내에 전담팀을 두고, 외국 디자인 회사와도 제휴해 디자인 개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뚜껑에만 잠금장치를 달아 본체가 예쁘고, 쉽게 여닫을 수 있으며, 국물이 배지 않는 것이 특징. 바이오 기술을 활용해 용기 속 음식물이 쉽게 상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구 사장은 강조했다. 구 사장은 5년간 20억원을 투자해 개발해낸 바이오킵스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욕을 밝혔다.

코멕스산업은 밀폐용기뿐만 아니라 고무장갑.도마.물통 등 주방에 필요한 거의 모든 용품을 만들고 있다. 생산품목만 700여 가지. 구 사장은 "그동안 좋은 제품만 만들면 소비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묵묵히 일해왔지만, 경쟁업체의 급속한 성장을 보고 '마케팅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 사장은 "지난해 매출 500억원 중 수출이 2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매출을 700억원으로 늘리고 수출 비중도 30% 정도로 높일 것"이라며 "체험 마케팅을 강화하고 기업체 상대 특판 등 다양한 유통망을 공략해 '주방용품의 명가' 자리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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