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쁜 날」 만든 위대한 국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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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월29일. 노태우 민정당대표의 시국수습안이 발표되던 날 국민은 하나였다. 이것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 결속된 겨레의 위대한 모습이었다. 「고독한 고민」의 산물인 「6·29선 언」 은 모든 국민에게 기쁨과 함께 긍지를 주는 쾌거였다.
그는 국민이 그렇게도 갈망하던 정부선택권을 쾌척했다. 권력구조를 포함한 야당의 요구도 하나 남김없이 들어 주었다. 그것은 정치적 모험이 따르는 결정이었다.
이로써 이제 2년간 이 나라를 사분오열시켰던 개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것이 인기도 정통성도 없는 독재정권을 끝까지 끌고 가려다 파국과 혁명을 가져온 필리핀과 우리가 다른 점이다.
노대표의 수습안이 실현되면 우리 정치에 만성화돼온 정통성 문제도 말끔히 해소된다.
이제 우리의 과제는 모두가 합심하여 노대표가 제시한 민주화 방안을 하나 하나 실천하여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깊이 심어 가는 일이다.
만인의 상상을 기습한 「6·29 노태우선언」 은 대외적으로는 우리 민족의 저력과 가능성을 증폭시켜 입증해준 통쾌한 일격이었다. 그것은 우리가 결코 정치 후진국이 아님을 과시했다.
「슐츠 미국무장관은 지난 17일까지만 해도 「한국은 건실한 민주주의 전통이 없고 정치적 대결이 특성화된 나라」 라고 하면서 우리의 민주화에 비관론을 폈었다.
그러나 노대표의 성명을 보고는『경제기적을 보여준 한국은 정치에서도 기적을 보여줄 것』 이라고 급선회했다.
우리는 이미 닉스 (신흥공업국)의 선두주고로 부상, 선진국들을 위협하는 의치에 왔다. 기술적으로도 반도체 분야에서 선진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구미와 일본에선 한국을 「제2의 유대인」 또는 「제2의 일본」 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낙후된 것이 정치였다. 그 정치가 다른 선진분야를 통제하여 전반적인 발전이 견제돼 왔다.
노대표의 결단으로 민주화만 이룩되면 그런 고삐는 풀리게 된다.
이제 우리 모두는 묵은 감정의 응어리를 씻어버리고 최루탄과 화염병이 없는 거리에서 격렬 구호대신 겨레의 찬가를 합창할 때다.
우리는 미워도 한 핏줄이요, 싫어도 함께 살아 나가야할 운명공동체가 아닌가. 하나가 됐던 29일의 그 마음, 그 모습으로 힘을 모아 국가발전에 총력을 기울이자.
지금은 국가단위의 국제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격렬한 시대다. 정치 지방이나 군사동맹보다는 경제적 실리가 우선되는 상황이다. 국제적인 결속보다는 국가단위의 경제성장 경쟁이 중시되는 풍토다.
우리는 지금 경제적으로 절호의 시기를 맞았다. 우리의 상품이 세계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어떤 상품은 주문을 못 대서 야단이다. 그러나 내적 안정이 없으면 기회는 놓치고 만다.
노태우선언을 안정과 단결의 계기로 삼아 결속된 힘으로 세계로 뻗어 나가자. 우리의 프런티어는 저 바깥세계다.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위대한 조국 코리아를 더욱 키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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