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걱정하는 인형 (3)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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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는 인형’은 공부로 걱정 많던 주인공 도영이가 현지의 도움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등 기이한 경험을 하며 모든 걱정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나도 작가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신문에서 읽었는데, 고등학교 수학이 그렇게 어려워서 수포자(수학 포기한 자)가 많이 나온대. 너는 지금 수학학원에서 복습밖에 안 하잖아! 예습보다 복습이 더 중요하긴 하지만. 이 학원에서는 서울대 출신 선생님이 가르쳐서 이해도 잘 된대! 언니가 특별히 그분한테 잘 말씀드려서 할인도 받았는데, 그분 생각해서라도 다녀야지. 너 언니보다 공부 잘해서 하버드 대학교 가고 싶다며? 다 등록해놨으니까 다음 주부터 월요일 학교 끝나자마자 가서 4시까지 하면 돼. 빨리 숙제하고.”

“응….”

수학학원 쉬고 있어서 조금 놀 시간 생겼는데, 그새 다른 수학학원에 등록하다니…. 어쩐지, 언니가 빨리 엄마한테 가라고 할 때부터 표정이 이상했어. 이제 반장 후보에 누군가가 추천만 안 해주면 되는데…. 뭐, 나 같은 애를 누가 뽑겠어.

대충 공책에 공약 3가지를 쓰고 영어학원에 갔다. 수업 내용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나는 누구를 뽑지? 일단 현지는 뽑지 않을 예정이다. 어차피 양떼들로 가득 찬 우리 반, 애들 대부분이 현지를 뽑을 것이다. 내가 현지를 뽑든 안 뽑든 현지는 십중팔구 뽑힐 텐데. 그렇다면 난 좀 장난을 좀 쳐야지ㅋㅋㅋ. 음… 그래, 양치기를 뽑는 게 났겠다. 웃긴 상상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Ms.Hwang! What is object?”(황도영! 목적어가 뭐지?)

항상 멍 때리던 내가 알 리가 없었다.

“양치기요!!”

애들이 모두 “와” 하고 웃었고, 결국 나만 추가 숙제를 받았다.

밤 9시 15분 전.

“Good bye.”(안녕!)

“Good bye, teacher.”(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그렇게 무의미하게 하루를 마쳤다. 힘든 하루였다.

매일이 그렇듯, 오늘도 학교에 갔다. 오늘이 반장 선거일이라고 해도 내가 신경 쓸 건 없지만, 어차피 뽑히지도 않을 텐데 기대하는 게 바보지.

아침 일찍인데도 우리 반은 시끌시끌하다. 그중 애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은 역시 현지 옆, 양떼들이다. 방금 양치기가 양떼들한테 현지 안 뽑으면 맞는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 분명하다.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 느낌.

“왔어? 딴 애들 같으면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지만 너는 워낙 눈치가 없으니까 이 친절하고 착한 내가 알려주지.”

으… 저 잘난척쟁이 양윤정! 하지만 우리 언니한테처럼 대들다가는 큰일 난다. 양떼들한테….

“뭔데?”

나는 화를 참고 모르는 척 물었다. 분명히 현지 반장으로 뽑으란 얘기겠지 뭐. 항상 예감이 맞았었는데 오늘은 반만 맞았다.

“너는 분명히 우리 양떼나 현지 뽑진 않을 거야. 그렇지? 투표할 권리는 너한테 있으니까, 많이 참견하진 않을게. 단, 우리 현지가 반장 못 되면 네가 책임져.”

‘내가 왜?’라고 물으려는 순간, 양치기는 내 등을 때린 후 가버렸다.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칠판에 크게 ‘반장 선거’라고 쓰셨다.

“자, 숙제는 다 했을 테고. 그럼 너희가 기다리던 것을 시작해도 되겠지?”

이번엔 예상이 맞았다. 양치기가 대표로 현지를 추천했고, 나머지 양떼 아닌 애들은 오준기나 강신혁 같은 애들을 추천하고 양치기의 매서운 눈총을 받았다.

“더 없어? 더 추천할 애들 없으면 투표할까?”

“아니요, 선생님. 저 추천할게요.”

현지였다. 양치기는 현지가 자신을 추천할 거라고 확신했는지, 현지를 보고 웃으며 윙크했다. 그러나 현지는 받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보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글=김태린(서울 하늘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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