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않다"..위기감 고조|시위엔 강경 대화는 계속|구간사태가 야 경화 부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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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국이 심각한 국면에 들어선것 같습니다. 6·10규탄대회와 관련해 12일밤 13명이 구속된데다 명동성당 시위사태가 일종의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 연세대 이한열군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닙니다. 과연 이 시국이 어디로 가는지 걱겅이 아닐수없군요.
-정부대변인의 12일 담화는 민주당의 해산조치까지 검토할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있어요.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하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대목이 그것이죠.
-민주당측은 규탄대회 집행부에 대한 당국의 처리 여부를 내심 초조히 지켜보았는데 결국 구속이란 강경조치가 나오자 이젠 싫더라도 강경투쟁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도 일단 찬바람을 피하자는 분위기입니다. -양정직 부총재등 13명의 구속이 알러지자 민주당 의원들중에는『이렇게 되면 위수령까지 나오는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여권은 시위에 대해서는 강경조치를 하면서도 정국대응은 대화기조로 나간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이런 판에 대화가 되겠습니까. 13명 구속조치가 없었다면 몰라도…. 정국이 중대한 분기점에 온게 분명해요.
-정부·여당은 6·10 규탄대회에서 보인 시민의 호응도가 그 어느때보다 높았다는데 충격을 받은것 같습니다.
-민주당으로서도 착잡합니다. 민주당은 6·10 규탄대회가 성공적이었다고 보고 자신감을 얻은 일면도 있지만 그것이 명동사태등으로 연결되고 사태가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것도 사실입니다.
-야당의원들은 명동사태의 추이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이것이「모종의 사태」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어요.
-여권도 명동사태를 강경진압할 경우 국제적 비난이 걱정스럽고 풀어줄 경우 성역을 인정해주는 선례가 된다는 점에서 고민한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당해산 가능성까지도 고려한다는 강력한 경고와 함께 양부총재등을 구속함으로써 강경대응의 방향은 굳어진것 같습니다. 다만 이런 강경대응이 어느 정도 선까지 에스컬레이트 되느냐가 비상한 관심사입니다.
-야당은 여당이 조금이라도 대화할 생각이 있다면 이번 사태를 원만히 마무리짓고 김영삼총재에게 협상할 명분을 줘야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래서 김총재측은 강경발언을 하는중에도 늘 대화의 여지를 암시해왔지요. 특히 12일 노태우 후보의 회견에서 뭔가 카드가 제시될것으로 생각하고 이에 대응한 회견을 내주에 할 예정까지 잡아놓았어요. 그러나 노대표 의견은 알맹이가 없었고 6·10대회관계자 대량구속이라는 강경카드만 받아 상황은 더욱 어렵게 됐습니다.
-여권은 민주당에 재야와의 결별을 거듭 요구하고있지만 지금처럼 야당을 궁지에 몰아넣어서는 재야와의 결별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만약 정부·여당이 민주당이 재야와 결별하기를 원한다면 김총재에게 그럴 힘과 명분을 줘야되죠.
정부의 강공으로 구석에 몰려있는 상태에선 김총재의 운신의 폭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죠. 이런 상황에서는 재야쪽에 주도권이 넘어가게되고 재야운동권과 공권력이 직접 맞붙을 수밖에 없게됩니다.
-가능한 돌파구는 없다고 봐야할까요.
-13일 이만섭 국민당총재도 말했습니다만 어떤 형식으로든 개헌논의를 재개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닌게 아니라 최근 정가에서는『89까지의 정치일정을 놓고 협상하라』든지,『89년의 개헌안에 대해지금부터 논의해 볼 수 있지않느냐』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여당으로서야 현 헌법에 의한 평화적 정부이양만 인정한다면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폭넓은 융통성을 보이겠다는 입장이죠.
-그래서 여권 일각에서는 야당이「정치일정」에 동참해주기만 하면 대통령선거법도 신축성 있게 개정할 수 있고 89년 개헌논의를 재개한뒤 개헌의 방향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정당의 뜻을 따르도록 하자는 등 상당히 구체적인 안을 거론하기도 합니다.
-사회전반에 팽배해 있는 불안·위기감을 정치권에서 해결해주지 못해 결국「고무풍선」이 터져버리기라도 하면 여야 모두의 존립기반마저 상실하게 된다는 위기감은 여야 모두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아직도 침묵하는 안정 희구세력이 절대다수라고 주장하며 여야의 관계를 「마주 달리는 기관차」가 아니라「한쪽은 기관차지만 다른 한쪽은 인력거 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어요.『우리가 최선을 다해 양보하겠지만 끝내 밀어 붙이려들면 비상수단의 동원은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러나 판을 어떻게 짜든 언젠가는 선거를 해야할텐데 실력으로는 일시적 해결이 될지 몰라도 근본적 해결은 안된다고 봐야죠.
-여권으로서도 「4·13」철회는 아닐지라도 개헌논의의 재개를 통해 물꼬를 터야 한다는데는 상당수 견해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4·13」의 참뜻은 개헌논의를 봉쇄하자는 것보다 개헌을 88년이후로 미루자는데 더큰 비중이 있다는 것이죠.「4·13」을 지나치게 경성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입니다.
-이같은 입장은「4·13」을 전제로 어떻든 무리없는 평화적 정부이양을 해내야하는 노후보로서 보다 절실합니다.
-노대표측 으로서도 12일회견에서 뭔가 적극적인 카드를 제시하고 싶었던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노대표자신이 처한 정치적입장이 있고 여권전체로서 아직 내놓을카드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인상도 있습니다.
-「5·26」개각후 여권의 시국관리 체제가 아직 짜여지지 않은게 확실합니다.
-대화를 재개하려면 우선 막후채널부터 복구해야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야당에서는 여당이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도 풍변으로만 소리가 들려올 뿐 직접 제의해온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금년초 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남아있던 막후대화의선이 모조리 끊겼다는 것이죠.
-여야 모두 상황의 침중함을 새삼 인식하고 있다면 뭔가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말꼬리를 잡고 서로 비난하거나 국회를 한번 소집하는데도 피차 고집불통의 전제조건만 고집할게 아니라 우리사회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에 따라 좀더 높은 차원에서 난국수습의 길을 모색해야겠죠.
-예컨대「4·13」이 잘못 인식되었다면 새롭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든지, 야당은 내각제도 수용 검토할 수 있다든지 하는 대담한 신축성을 가져야겠죠.
-여야모두 자신의 존립마저 위태롭다고 걱정한다면 어떤 의미로든 서로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 도 있다는 허심탄회한 자세로 만나 대화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한달이면 한달, 제한된 기간에 다시 마지막 협상을 해보아야 할 것이며 뭔가 선이 굵은 대안으로 국민의 관심을 다시 모아야 할 것입니다.
-여당도 전술적인 측면만 고려할게 아니라 과감한 민주화조치를 취해 정치권의 건강도를 높이고 자신도 힘을 비축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대통령도 전당대회에서 초당적 건국 분위기」「거국대화」의 개념을 제시한 만큼 난국타개를 위해 이를 적극 구체화해 나가야 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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