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후보가 공약할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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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정당은 다음번 대통령후보로 노태우대표위원을 내세우기로 확정했다. 노대표의 후보결정은 2일 청와대 당간부 모임에서 전대통령의 천거와 참석자들의 동의형식으로 이루어졌으며 3일의 중집위 제청을 거쳐 오는 10일 전당대회에서 정식 선출된다.
노대표를 구심점으로 한 후계체제의 출범으로 「평화적 정권교체」에 관한 그동안의 의구심이나 낭설은 일단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노대표의 전도가 결코 순탄하지만 않을것 같다.
지금 야권에서는 4·13조치의 철회와 여권의 정치일정 백지화를 요구하며 개헌논의 재개 투쟁을 강력히 벌이고 있다. 담장 6일 앞으로다가온 민정당 전당대회에 때맞추어 규탄대회를 벌일 방침이라 여야간 격심한 충돌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6·10고비」를 그럭 저럭 넘긴다해도 내년의 정권교체, 을림픽에 이르기까지에는 숱한 고비들이 도사려고 있다.
과연 전대통령이 엄연히 통치권을 행사하는 여건에서 노후보가 어떤 비전과 경륜을 갖고 이 엄청난 난제들을 요리하고 극복해 나갈지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전대통령의 남은 임기 9개월동안 전대통령과 노후보와의 관계가 어떻게 정립되고 전개될지 모르지만「6·10대회」가 노대표에게 종래와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 구축의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노대표는 대권을 향한 집권당의 대통령후보로서 정치적 이미지와 역량을 국민앞에 증명해야 한다. 지금은 80년과 같은 비상시국은 아니다. 정치의 상대는 야당만이 아니고 국민들이다. 전 국민을 상대하고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88년 이후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정치적비전과 함께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수 있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그러한 공약이 10일의 대통령후보 수락연설에서 표출되기를 기대한다.
그렇지않아도 4·13 개헌유보 조치로 정국은 냉각될대로 냉각되어있다. 종교계, 학계, 문화계로 정부·여당의 일방적인 정치일정에 대한 저항이 확산되고 있는 마당에 개헌과 관련된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넘어간다면 사태는 걷잡을수 없이 악화될지도 모른다.
4·13 조치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맡지 않고 국민의 정치적 욕구를 수용하러면 김영삼총재로 대표되는 야권과의 실질적 대화에도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그점에선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제 여야는 상대방의 실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대화정치에 나서야 한다.상황과 여건이 달라지면 거기에 맞는 구도를 펴나가는데 정치의 묘미는 있다.
노후보의 정치적 이미지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점은 민주화에대한 실천의지다.
박종철군 사건, 범양사건등 정권의 도덕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사건이 터질때마다 여권의 대응은 임기응변식 호도로 일관해온 인상을 주어왔다.
이제 그러한 눈가림이 통용될 수는 없다. 노후보는 이같은 불신과 의문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제시, 무언가 앞으로는 달라질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6·10전당대회에서 노후보가 현재 모든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과 암울한 심경을 달래줄 어떤 공약을 제시할 것인지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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