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중앙시조대상]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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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올해 예심의 손에 엄정히 올라 온, 중앙시조대상 후보는 열여섯 분, 신인상 후보는 열여덟 분이었다. 이름만으로도 나름의 세계를 구축하는 분들이라, 심사위원들은 모든 작품을 윤독한 뒤, 3차에 걸쳐 대상 후보자로 두 분, 신인상 후보자는 네 분으로 압축하였다. 다시 그들의 작품을 놓고 오랜 시간 논의를 거친 결과, 이종문의 ‘눈이라도 감고 죽게’를 대상 수상작으로, 임채성의 ‘곰소항’을 신인상 수상작으로 뽑았다.

이종문 시인은 1993년 등단한 이래 줄곧 시조를 통한 우리 문학의 전통정서인 풍자와 해학을 구축해 왔다. 이 작품 역시 시대의 역사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민중의 비통한 삶을 멸치에 빗대어 역동적이고 비감어린 시적구도를 포착한 작품이다. 인간 중심의 편견으로 인해 예의가 실종된 사회풍조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생태시로 봐도 빼어나다. 그의 독특한 발상과 능청은 시대정신이자, 시조에 또 다른 길을 열어놓는다.

2008년에 등단하여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 온 임채성 시인의 ‘곰소항’은 한국적 서정의 윤곽을 곰삭은 젓갈 맛으로 승화시킨 안정감 있는 작품이다.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포구 사람들의 억센 삶의 풍경과 자신의 시간을 여과지에 걸러낸 품이 진솔하다. 스스로 체득한 내면을 수채화처럼 펼쳐놓은 그의 따뜻한 시선과, 함께 올라온 내공 있는 다른 시편들의 미더운 성취가 끝까지 겨룬 ‘탈춤’, ‘서산의 식욕’, ‘구두 수선공’을 아쉽지만 내려놓게 했다. 오늘의 결과가 시조단과 독자들에게 갈채로 남기를 바란다.

◆심사위원=장경렬·이승은·오승철(대표집필 오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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