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애도 속 책임론 공방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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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자살 소식을 접한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청와대와 한나라당,민주당은 4일 일제히 공식 논평을 내고 고인의 죽음을 애도했다.그러나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특히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鄭회장의 자살에 대해 서로 다른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책임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특검 수용으로 부담 느끼는 청와대=청와대측은 사태의 파장을 주시하면서 남북경협 사업의 지속을 강조했다.

노무현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50분께 휴가지에서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 등으로부터 鄭회장 자살사건을 보고받았다.盧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 남북간 경협에 커다란 공헌을 한 鄭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현재 진행중인 경협사업이 흔들림없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태영(尹太瀛)대변인이 전했다. 盧대통령은 휴가중인 문희상비서실장을 빈소로 보내 조의를 표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투신 동기로 특검수사에 대한 압박감 등이 거론되는 것이 못내 부담스러운 모습이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특검수사에서 송금부분 수사 결과를 볼 때 그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었느냐는 생각이었는데,현재로선 전혀 (사인을)알 길이 없으므로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당혹해했다.

◇"남북 위정자들이 죽음으로 몰아"=한나라당은 김대중정부 시절 남북경협에 기업인을 무리하게 끌어들인 것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최병렬(崔秉烈)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계의 중요한 인물에게 이런 일이 생겨 안타깝다"며 "자살의 원인과 동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저녁엔 빈소를 직접 방문했다.

홍사덕(洪思德)총무는 "지난 시절 남북한 위정자들이 유망한 한 기업인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그 경위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 당은 특검과 합동청문회.국정조사 등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洪총무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이 부채 경감에 나섰을 때 현대가 5억달러의 현금을 내놓고 은행빚을 떠안은 과정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선(金映宣)대변인은 "대북 송금 특검을 제대로 하지않고 덮어버려 이 사건이 마치 개인 비리처럼 호도돼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특검 요구한 한나라당 책임 커"=민주당 정대철(鄭大哲)대표는 "鄭회장의 타계로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에서도 만전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특검법으로 정부와 현대를 압박한 한나라당의 책임론을 주장했다.

김영환(金榮煥).심재권(沈載權).정범구(鄭範九)의원 등 11명은 성명을 내고 "민족화해와 통일을 위한 鄭회장 등의 희생과 노력을 사법적 잣대로 단죄하려 한 게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며 "鄭회장의 죽음은 냉전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리 사회와 냉전수구세력에 대한 경고"라고 주장했다.

박양수(朴洋洙)의원은 "특검을 요구해 현대에 압박을 가한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며 "특검으로 압박을 가하니까 심적 부담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다.

구주류 의원들은 盧대통령의 특검법 수용을 꼬집기도 했다.정균환(鄭均桓)총무는 "(盧대통령이)특검만 거부했어도…"라며 "특검은 민족의 비전에 사법의 칼날을 들이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희.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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