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불청객 「핫머니」로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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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 1 백억달러규모 유입>
【홍콩=박병석특파원】최근 자유중국에 미화 약 1백억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핫 머니(열전)가 유입, 주가지수를 폭등세로 몰아넣고 있어 자유중국 금융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핫 머니가 대만으로 대량 유입되고 있는 것은 신대폐(대만 원화)의 미달러화에 대한 평가절상이 급속히 진행되는데 따른 것이다.
미달러화에 대한 대만화폐가치는 지난 한햇동안 10·8%가 오른데 이어 올들어 4개월동안 벌써 7·7%가 또 올랐다.
불과 1년남짓 전만해도 미화 달러당 대만돈 40원하던 환율이 지금은 32·95원을 기록하고 있으나 미국은 대만돈 가치를 더 올리라고 압력을 계속 넣고 있다.
장계정자유중국 중앙은행총재는 2일 신대폐의 미달러화에 대한 평가절상 마지노선을 설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전제, 최근 대만화폐가치의 잇단 평가절상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영원히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배경아래 대만돈 평가절상에 따른 환율차액을 노린 해외의 핫머니가 속속 대만으로 몰려들고 있는데 특히 홍콩을 비롯한 화교들의 몫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1백여억달러에 이르는 핫 머니 중 80%정도가 암시장등 지하경제를 순환하면서 특히 주식시장에 몰려들어 단기 폭리를 노린 투기성 자금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의 주가지수는 이미 1천8백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만금융계 관계자들은 핫머니의 대량 유입과 이에 따른 주가폭등이 대만금융시장의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만일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성이 강한 핫 머니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경우 주가지수가 폭락하는 등 금융질서는 물론 사회적 혼란을 가져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장계정총재도 2일 주식시장의 대규모 핫머니 유입설에 대해 주의를 가일층 강화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3월말현재 자유중국의 외환보유고는 5백40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꼭 2배로 늘었으며, 3월 한달동안 자유중국이 체결한 수출계약액도 한달동안 받은 것으로는 사상 최고인 41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자유중국은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 지난2월 1천8백개 품목의 수입관세를 내린데 이어 4월부터는 추가로 8백62개 품목의 관세를 인하했다.
자유중국은 또 지난해 초부터 개인의 해외 증권 및 부동산 구입·해외송금·외국여행등을 허용하고 있으나 환차익을 노리고 자유중국으로 유입되는 핫 머니 등 외환의 증가는 충분히 막지 못하고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는 외환관리의 자유화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호조로 외환보유고가 계속 불어날 전망이고 미국의 신대폐에 대한 평가절상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 핫 머니의 유입도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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