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민정대표 일문일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정당의 노태우대표위원은 10일 부산 동래 지구당개편대회 참석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민당의 분당사태 등 정국에 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다음과 같이 일문일답을 가졌다.
-민정당의 9일 특별성명을 보면 두 김씨를 혹독하게 비난하고 개헌정국 파괴의 장본인으로 단정했는데 이는 두 김씨와는 대화를 안 하겠다는 뜻입니까.
『두 김, 두 김 하는데 이제 소용돌이가 시작된 상태에서 특정인에 대해 거론할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때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그때는 소용돌이가 끝난 상태라고 심명보대변인이 추후 설명)
-특별성명의 항간을 보면 신민당의 잔류의원 및 여타정파와 제휴해서 하는 개헌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개헌을 유보하고 현행 헌법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있는데요.
『야당의 분당으로 합의개헌의 여건이 악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합의개헌이 국민여망이고 이를 위해 우리는 온 힘을 기울여왔습니다. 그러나 분당으로 인해 개헌정국이 마비됨에 따라 난감해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국민여론과 정국의 추이를 보아가며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또한 분당사태를 볼 때 야당은 스스로 대화와 타협을 통한 당내민주화에 역행하고 있는 것을 역력히 국민들이 확인했습니다. 어제 성명의 「사당화」란 표현은 바로 이를 두고 한 것입니다. 이런 야당과 대화를 통한 협상이 정말 가능할까 우려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기대를 완전히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합의개헌을 위한 여건 조성에 야당이 나서주기를 바라는 게 본인의 마지막 기도입니다』
-안정저해 세력을 과감히 제거하겠다고 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민주발전의 요체는 88년 평화적 정권교체이며 의원내각제 개헌입니다. 또 지자제 실시와 함께 우리가 단계적으로 추진하려는 민주발전 조치들입니다. 지난번 「이민우구상」 을 수용하는 등 민주발전 조치를 차분하게 곧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반면에 정치안정과 사회안정을 파괴하고 민중혁명을 표방하는 세력과 야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해두는 바입니다.
이들과 야합해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행의를 용납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불충한 일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의지가 약한 것이 되며 또한 포기하는 것이 됩니다』
-운동권학생·강경재야·제도권내의 강경세력 등이 안정을 저해하는 세력들입니까.
『정치적 차원에서 급속한 변화를 가속화시키려는 세력은 정치적으로 흡수해야 되며 진보적 세력은 여야 모두 흡수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체제타도를 목적으로 한 세력은 당연히 배제, 분쇄해야 합니다』
-신당을 제외한 다른 정파와 합법개헌을 추진할 생각은 있습니까.
『작년 4·30 청와대 회동 때 대통령과 3당 대표들이 약속한 사항을 상기해 볼 때 개헌은 여야합의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합의 아닌 이외의 방법은 생각해본바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합의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보지 않습니까.
『열심히 마지막까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러나 합의개헌이 불가능 상태인데 합의 아닌 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다면 호헌 밖에 없지 않습니까.
『아직 속단치 마시오. 마지막 기도에 잡음을 넣지 말아 주십시오』(노대표는 웃음을 띠었고 배석자들도 큰소리로 웃음)
-항간에는 4·30 청와대 3당 대표회담 1주년이 되는 시점에 중대결단이 취해질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는데요.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도록 거듭거듭 부탁드립니다. 우리당 헌특을 본격 가동시켰으며 마지막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회의장단 및 상임위원장들의 임기가 만료되는데 이에 따른 인사개편 원칙이 있습니까.
『적재적소라는 인사원칙을 살려 때가되면 구체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그때에 해도 늦지 않은 만큼 지금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두 김씨와 대화를 할 생각이십니까.
『대화를 안 한다고 누가 그랬습니까』
-그러면 신당창당 이후에 하시겠습니까.
『그때 가봐야 알겠습니다. 그들이 대화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어디로 도망가고있는지 그때가서 보겠습니다. 지금은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5월쯤 신당의 모양이 갖춰 질 때까지는 여야간에 대화가 단절되겠군요.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 나라에 경제적 기적 등 엄청난 기적이 많이 일어나듯이 정치인들이 뜻을 갖는다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화·협상·타협의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딴 생각, 딴 욕심을 버리고 또 허망한 꿈을 버리고 돌아오면 삽시간이라도 기적과 같은 성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개헌 부수법안 마련에 시간이 촉박한데 시간이 있다고 보십니까.
『(이 대목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변 없이 야당을 비판)사당화라는 얘기가 나왔지만 야당은 당운영을 반민주적으로 해도 좋겠습니까.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고 언론의 엄청난 충고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무시해도 좋은 것입니까.
우리 여당 같으면 언론의 충고에 무릎을 꿇고 잘못했다고 빌었을 것입니다. 야당이 집권하면 정치선진화는 커녕, 농담 같지만 군주국가로 되돌아 갈 것 같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정국을 물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인 만큼 언론이 도와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부산=박보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