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명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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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주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운전하는 걸 볼 적마다 존경스럽고 그 편함이 부럽기만 할뿐 내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러다 나도·…하고 말을 꺼냈을 때 남편의 반대는 예상외로 컸다 .두 어달을 심사 숙고한 끝에 허락(?)했고, 드디어 나도 자가 운전 대열에 끼게 되었다. 그러나 먼저 가슴이 두근거리며 걱정이 앞섰다.
「초보운전』을 커다랗게 써 붙이고 가까운 동네를 다녀갔다.
어떻게 다녀왔는지 정신없이 갔다 왔다.
운전한다 생각하면마 음은늘 차 댈생 각, 차 뺄 생각, 갈 생각 등 걱정으로 차득 찼다.
몇 번 시동이 꺼질 때면 다급한 마음에 액셀러레이터만 밟아대니 잘 될 리가 없다.
그저 안전 안전, 으르 살살 몰고 다니다보니 요즘은은 점점 재미가 난다. 내가 운전 할대는 옆자리에 탄 이이드 친구들에게 이 쪽 봐라, 저쪽 봐라 햐며 조언을 청하니 이 초보 운전은 합동 운동이 되는 셈이다. 봐라, 저쪽봐라 하며 조언을 청하니 초보운전은 합동 운전이 되는 셈이다.
신호 대기에 서고 보면 뒤차에 탄 사람들이 빙긋이 웃고 있는 표정이다.
그리곤 좌회전, 우회전 때 쩔쩔 매면 친절히 창문믈 열고 안내해주기도 한다. 오른쪽으로 갈 때 왼쪽 지시 등을 켜고 유유히 도는 나에게 친절히 가르쳐 주는 기사도 있다. 창문에 성에가 가득 낀 어느 날, 화투장 하나를 건네주며 긁으라고 가르쳐 주던 택시 기사도 있었다. 비보호 좌회전에서 우물쭈물하니 친절히 따라오라던 봉고기사.
실수가 거듭되면서 올바른, 정확한 운전법을 익히는 매일 매일이 웃지 않을 수 없는 에피소드의 연속이었다. 물론 직업 운전 기사로부터 욕도 많이 들었다.
올림픽 대로를 달리던 어느 날엔 『진짜 초보』 『완전 초보』『방금 나왔읍니다』등 익살맞은 표지를 붙인차들을 보았다. 근 당신도 병아리적이 있었습니다』는 긴 내용도 있다. 나는 평생 『초보운전』을 달고 싶다.
더러는 불편과 손해가 있더라도 다른 기사들이 되도록 양보해주며 안전을 염려해주기 때문이다.
운전은 나 혼자만 조심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가 조심하면 안전 운행이 되리라. 오늘도 나는 『초보 운전』을 달고 일보러 나갈 것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차관 아파트 2동2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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