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없는 즉흥발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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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들어 일부 경제부처 장관들이 내놓는 아이디어 중에는 기발한 것들이 더러있다.
예컨대 「산림도시」라든지, 서울∼설악산간고속전철 건설계획등이 여기에 속하는 것이라 할수 있다.
이같은 기발한 착상은 일선 실무진에서는 감히 발상의 엄두조차 낼수 없는 일이다.
거기에 뒤따르는 예산의 소요가 어마어마한 규모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메거톤급 아이디어는 웬만큼 머리 좋은 실무진에서 나올 성격이 못된다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결국 스케일이 큰 장관의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일이 한번 터지고 나면 아랫사람들은 당황하게 마련이고 무리해서라도 뒷받침하려고 타당성 조사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기 일쑤다.
실무관리들로서는 모시고 있는 웃사람의 속마음을 평소에 읽지 못했으니 송구스럽기까지 할것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이같은 즉흥적인 신선한 (?)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관계부처간 협의를 거치는 동안 십수년뒤라면 모를까 당장에는 예산도 부족하고 그보다 화급한 일들이 태산처럼 밀려 있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설악산간 고속전철 건설문제만 해도그렇다. 예산에 여유가 있어 전철을 놓아 5시간 걸리는 길을 2시간대로 줄여놓으면 좀 좋겠는가.
국토개발의 차원뿐 아니라 해마다 2백50만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길이니 상당한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성이다.
교통부의 고속전절 건설검토가 보도되자 경제기획원·건설부등 관련부처의 반응은 한마디로 냉담했다.
6차5개년계획에 들어있지 않고 2차 국토개발계획에도 없는 일인지라 오부관언이라는 태도다.
또 철도건설이 아무리 교통부의 소관이긴 하지만 어떻게 사전에 한마디 협의도 없이 그처럼 엄청난 발표를 할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런가하면 이규효건설부장관이 던진 산림도시건설 아이디어도 그림은 멋지지만 현실감이 결여된 발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산지개발도 좋고 쾌적한 주택공급도 좋은 일이지만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주택사업등 수두룩하다.
고위 정책당국자의 한마디에 일희일비하는 국민들을 감안, 공인은 말을 아껴야 시행착오가 적으리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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