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와「속」을 깨끗이 하라|겉만 개발되는 한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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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7일 착공된 한강 제2차종합개발계획은 이미 끝난 서울지역 개발에 이어 상류환경의 정화라는 점에서 의의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차개발계획 중에서도 이번 경기지역 제1단계 사업내용을 보면 서울과 경기도 경계선에서 팔당댐에 이르는 한강유역 일대에 대해 지천의 제방 축조, 교량가설, 강변도로 개설, 호안공사를 실시하는것으로 돼있다.
또한 이러한 공사로 생기는 고수부지 6군데 50만평에는 낚시터·수영장·체육공원·야외음악당·공연장등 문화체육시설을 갖춘다는 것이다. 이 공사가 완공되면 강폭과 수심이 넓고 깊어져 현재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만 운항되고 있는 한강유람선의 코스가 팔당까지 연장이 가능해지는 부수효과까지 생긴다고 발표됐다.
제1차 한강개발사업이 끝난뒤 수시로 TV화면에 비쳐지는 한강의 모습을 보면 과연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된다. 들쭉날쭉하던 강안이 시멘트블록에 의해 반듯하고 단정하게 정돈됐다든지,그 강안 양쪽으로 훤하게 뚫린 강변도로에 수많은 자동차가 쭉쭉 달리고 있는 모습이나 유람선이 물을 가르며 한가로이 다리밑을 지나는 정경을 보고 있으려면 진짜 어느 선진국 도시의 파노라마를 구경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2차종합개발계획까지 끝나면 그야말로「기적」이라고 불릴만큼 한강변은 아름답게 정돈이 돼서 구경꾼을 유인할수 있으리란 짐작도 간다.
외양은 그렇다 치고 한강 자체의 내면은 어떤가. 종합적인 평가는 양면을 모두 들춰봐야 한다.
관계당국은 최근의 개발사업으로 한강이 이제 각종 물고기와 철새가 찾아드는 새로운 강으로 되살아난 것처럼 떠들지만 실제는 수질에 있어 달라진 것이 없다. 전국 폐수 배출업소의 4O%가량이 몰려있는 주변의 상황은 그대로이고 l천만에 가까운 시민이 버리는 생활하수도 여과없이 본류로 흘러드는 것이 한강의 현재 실상이다.
지천에 분류 하수관이 매설되고 4대 종합하수처리장이 가동되는 내년 7월쯤에나 가야 한강물은 깨끗해질 가능성을 찾게 돼있다.
이번에 착공된 경기지역 1단계사업계획을 보면 제방·도로·유락시설 계획등은 다양하면서도 이 유역의 수질오염 방지를 위한 사업계획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인근지역 주민이 쏟아내는 생활하수나 공강과 축사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에 대한 분류 하수관이나 종합처리장 계획하나 없다면 결국 이들 오물은 한강본류로 흐르고 말것이다.
강변도로, 다리, 유람선 같은 외양적인 개발사업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강물의 오염을 줄이는 노력은 보다 더 근본적인 중요성을 갖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겉모습 치장이 좋아도 강물이 죽어있거나 더럽혀 있다면 결국은 우리 생명이 위협받고 있는 거나 다를것이 없다.
수도권 시민의 상수도 취수원인 팔당호가 상수원수로는 최저급으로 오염이 심각하다고 환경청조사는 밝히고 있다. 이같이 시급한 사태를 개선하는 일로부터 한강개발사업은 시작돼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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