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장세…물량 공세로 다스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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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예탁금 5천4백억>
○…주가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치솟고 있다.
끝간데 모르고 오르는 주가는 지난 2주사이 단 이틀을 제하고는 상승으로 일관, 눈깜짝할새 종합 주가 지수 3백7O을 넘는가 싶더니 다시 하룻만에 3백80을 돌파, 25일 현재 3백83· 04를 마크했다. 이제 4백선이 바로 코앞이다.
뿐만 아니다. 하루 새 거래량·대금·주가 지수에서 나란히 신기록이 수립되는가 하면 증시사상 처음으로 하루 거래량이 1억주를 넘어섰고 거래 대금도 1천억원 이상 불어났다.
그저 놀라울 뿐인 이 같은 폭발 장세에 대해 당국이나 증권 관계자들이나 더 이상 오르는 것 자체에는 개의치 않고 있는 표정이다. 수출 호조 등 경제 여건이 좋아지고 있는데다 마땅한 투자 대상을 찾지 못한 부동 자금이 온통 증시로만 몰리는 상황인 만큼 지금의 장세를 행정 규제 등 증시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진정시킬 수 없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점에서 시세가 오르는 것 자체보다도 최근의 건설주 등「요주의」종목의 급등에서 드러나고있 듯 머니 게임으로만 치닫고 있는 불건전한 분위기를 어떻게 말릴 것인가 하는 점과 기본적으로 증시를 둘러싼 일찌기 경험해보지 못한 변화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하는 기본적인 시각 조정 쪽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런중에도『내년까지는 고(GO) 』라는 기대감 등을 반영, 거래세 인상·온갖 규제설의 난무에도 불구, 25일 현재 증권사 창구에 쌓인 고객 예탁금은 5천4백억원을 넘어 자금의 증시유임은 가속되고 있다.

<발행 목표액도 늘려>
○…증권 당국은 일단 물량 공급 확대 쪽으로 방침을 정한 듯 하다.
25일 정인용 재무 장관은 1천1백억원 상당의 시중 은행 보유 포철 주식을 빠른 시일 내에 기관 투자가들에 매각, 심각한 물량난을 덜겠다고 밝혔다.
증권 감독원도 당초 8천6백억원으로 잡은 올 주식 발행 목표를 1조1천억원으로 늘려 기업의 공개 및 유상 증자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재천명 했다.
우선 4월중에만 쌍룡 정유·인천 제철·삼화 전자·국제 전선 등이 잇달아 공개될 예정이어서 2백79억원 규모의 공모주 물량이 나오게 됐고 기업들의 증자도 상당수 상반기 중으로 앞당겨질 공산이다.
당국이 시중의 유동자금이 부동산·사채가 아닌 증시쪽에 몰린데 대해 천만다행이라는 식의 평가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산업 자금으로 연결되는 쪽으로 손을 쓰려는 이 같은 대응은 심각한 물량 부족을 빚고있는 증시 뿐 아니라 전체 경제 운용 차원에서도 일단 잘하는 일로 평가받고있다.
그러나 당국의 공개·증자 촉진책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기업에 대한 은행 여신 관리 등을 통해 돈줄을 죄고 필요한 자금은 증시를 통해 조달하라는 식의 간접적 압력에만 의존하고있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으론 미흡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기업들이 공개를 기피해 온 주된 이유가 기업주들이 기업을「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을 못 버리고 있고 공개해도 현실적으로 세제 혜택 등 실질적인 이로움이 없다는데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고 보면 과연 지금과 같은 정책 수단이 얼마나 기업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상장해도 장외 거래>
○…최고 2백52대1의 레드문 경쟁을 빚은 23,일의 싸니 전기 공모 청약은 새로운 문제점을 드러냈다.
2억1천만원 배정에 5백28억8천만원이 몰린 신주 일반 청약의 경우 최고 한도 (3백만원) 로 청약했어도 거래 단위에도 못 미치는 1백주 미만의 단주가 배정될 형편이기 때문.
결국 상장해도 장외 거래를 하게될 형편이다.
심각한 증시 수급 불균형 문제의 한 단면을 말하고 있는 셈이다.<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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