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협박은 9·11 이후 끝났다" 볼턴 美국무차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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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협의차 방한한 존 볼턴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은 31일 이한을 앞두고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김병국 고려대 교수) 주최로 열린 강연회에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북한의 핵무기 보유 움직임을 여러 차례 강경한 어조로 비난해 눈길을 모았다.

볼턴 차관은 ‘갈림길에 선 독재정권’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金위원장을 ‘폭군적 독재자’ ‘착취자’ ‘포악한 불량국가 지도자’ 등 원색적인 어조로 호칭하고 “김정일은 왕족처럼 살면서 인터넷을 즐기는 것으로 소문난 반면 빈곤에 시달리는 주민들은 인터넷 대신 관제 방송 시청을 강요당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의 삶을 ‘지옥 같은 악몽’에 비유했다.

이어 “김정일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는 엄청난 착오이며 사실은 그 정반대”라며 “북한이 우리를 협박·공갈하는 시대는 끝났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김정일이 어떤 선택을 하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언급한 직후 나온 볼턴 차관의 발언은 과거 북한에 강경 발언을 자주 해온 그의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강연회에 이어 미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테러를 지원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보급하려는 데 대해 우리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볼턴 차관은 연설에서 “김정일이 방향을 바꿀 희망이 아직 존재하는 만큼 미국은 평화적인 해결을 추구할 것임을 분명히해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다자회담과 유엔 안보리 논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병행 추진할 것”이라며 “병행 추진은 다자회담 이외의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북한이 회담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볼턴 차관은 부시 대통령의 ‘상당한 진전’발언에 대해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것을 감사한 뜻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중국이 역할을 강화하면 북한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찬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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