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옛영화 보존작업|필름 보관소, 예산·인력난에 시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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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흘러간 영화의 보존과 발굴이 곁 돌고 있다· 옛 필름·포스터·스틸 등 영화 유산을 보존하고 있는 문공부 산하 한국 필름 보관소 (이사장 정연구)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보관필름을 제대로 관리하고있지 못할 뿐 아니라 미확보 필름의 발굴. 수집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필름 보관소의 예산은 1억4천여만원·이 가운데 실제 사업비는 고작 8천여만원 정도다. 이 예산은 옛 필름 10편의 복사비에 해당한다.
지난해에도 『오발탄』『검사와 여선생』등 옛 필름 4편을 복사해 보관용 네거필름(원판)으로 만들었을 뿐 이렇다 할 사업을 펴지 못했다.
필름 보관소에는 현재 1천7백48편의 옛 필름들이 보관되어 있다. 이는 해방 후 제작된 영화 3천8백편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해방전 필름은 한편도 없다.
이 필름들이 창고 같은 48평짜리 지하실 보관고에 차곡차곡 쌓여 있다. 작품명·제작 연도·스태프·캐스트 등은 조사되어 있지만 실제 보관 필름의 보존상태나 내용 등은 전혀 파악되어 있지 않다.
지금까지 한번도 보관 필름을 실제로 상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관된 네거 필름을 틀어볼 편집기 1대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처럼 보관고에 항온·항습 시설을 갖추는 것은 장기 계획조차 없다.
보존사업이 이런 형편이니 미확보 필름을 찾아내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보관 필름마저 대부분은 70년대 이후 작품들이다. 60년대 이전 필름은 고작 94편뿐이다.
필름보관소는 일본과 미국에 상당한 양의 우리 나라 옛 필름들이 소장되어 있다는 정보는 갖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 어떤 필름 몇 편이 있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외국 뿐 아니라 국내에도 상당한 필름이 「숨어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예전에 영화업에 관계했던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을 필름을 끌어내 보관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는 옛 필름을 귀중한 문화재로 인식하고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제작된 영화의 네거 필름을 보관소에 납본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영화사가 필요로 할 때마다 상영용 필름(프린트)으로 복사해 준다. 보관 필름의 정확한 목록은 대외비로 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는 82년부터야 본격적인 수집에 나섰으며 새로 제작되는 영화 가운데 일부 영화의 프린트 한 벌을 기증받아 보관하고 있다.
이 프린트는 보관상의 문제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보관하려면 네거 필름을 확보해야한다.
우리 나라는 북한보다 11년이나 늦은 85년에야 겨우 국제 필름 보관소 연맹 (FIAF)에 가입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소홀해 왔다.
『문화를 창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존·계승도 그에 못지 않습니다. 우리의 귀중한 문화재인 흘러간 필름들이 이대로 방치되어선 안됩니다』필름 보관소의 한 관계자는 답답해했다.<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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