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 최악의 궁지 벗어났다.|무기맥매 실수자탄 양당, 선거의식 "휴전상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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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레이건」미대통령은 4일밤의 TV연설을 통해 처음으로 이란 무기밀매 스캔들에 대한 과오를 자인함으로써 그동안 그가 겪었던 최악의 정치적궁지에서 한발짝 벗어난것같다.
그를 집중적으로 공격해온 민주당지도층을 포함해서 의회지도자들은 일반적으로 그의 연설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와같은 반응은 연설에 앞서 「레이건」 대통령이 취한 비서실장및 미중앙정보국장경질결과로 의회가 호감을 가진 인물들이 그 자리에 들어섬으로써 더욱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와같은 호의적반응은 지금까지 이란 스캔들의 실상을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해온 지금까지의 백악관측 태도를 기준으로 하고있는 제한된 성격을 띠고있다. 지금까지에 비하면 잘한일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단서가 첫 갈채뒤에 바로 따르고 있다.
「로버트·버드」 상원 민주당 원내 총무는 『연설 한번으로는 충분치 않다』 는 말로 그와같은 분위기를 대변했다.
미국신문들의 일반적 평가는 「레이건」 대통령이 이 스캔들로 입은 손상을 회복하려면 지금부터 국내외의 주요 문제들에 대해 계속 능동적 지도력을 발휘해서 이번 연설이 제공한 역전의 계기를 살려나가야 할것이라는 것이다.
그와같은 조심스러운 재출발의 앞길에는 아직도 함정이 많다. 「레이건」 대통령은이번 연설에서 무기판매 대금을 콘트라 (니카라과반군)에 불법유출한 사건과 이란스캔들의 내막을 은폐하려한 참모들의 활동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스캔들을 계속 파헤치고있는 의회 특별조사위원회와 언론들이 이란 무기 밀매부분은 일단 덮어두고 이 부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부분은 정책적과오에 속하는 이란 무기밀매 활동과는 달리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만약 「레이건」대통령이 이에 관련되었음이 밝혀지면 스캔들은 다시 살아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일단은 민주당 자도부측은 이번 연설을 계기로 휴전상태로 들어갈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런 자세는 정적에 대한 관용이라기보다는 현직 대통령을 지나치게 궁지에 몰았다는 비난을 88년 선거때 받지 않으려는 계산에서 나오고 있는것 같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레이건」 대통령의 권위회복을 보는 시각은 88년선거에 대한 계산으로부터 나오고있다.
민주당측은 벌써부터 이번 스캔들로 88년 대통령선거에서 자기들의 승리가 거의 확실하다는 여유만만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반대로 공화당측은 수세에 몰리면서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쪽으로 신경을 쓰고있다.
그러나 어느쪽에서 보든「레이건」 대통령이 80년과 84년선거에서 거둔 열렬한 여론의 지지를 회복할 전망은 별로 없는것 같다. 타워 조사보고서가 가져온 「레이건」 신화에의 타격은 그만큼 큰것이다.
이번 연설에 대한 호의적반응은 궁극적으로 이처럼 가냘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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