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자진 전방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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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대학생 전방부대 입소훈련을 선택과목으로 지정했을때 몇가지 점에서 주목을 끌었었다.
첫째는 학생들의 입소거부로 말썽이 돼온 쟁점 하나가 해소되어 학원안정에 기여한다는 점이고 다음은 학원자율화가 일보 진전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학생들의 입소훈련의 중요성이 퇴색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장차 이 나라를 이끌어갈 역군들이 앞당겨 국방문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수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율화 조치가 발표됐을때 우리가 이를 환영하면서도 가능한한 많은 대학생들이 자진 입소하기를 권고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후 대학생들의 입소훈련 지원율이 어떻게 될것인가는 큰 관심사였다. 그러나 결과는 매우 만족스렴게 나타났다.
집계에 의하면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지원율이 90%를 넘어섰다. 이것은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다.
국가적으로 볼때 좋은 경향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보는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자율화 시책의 성과가 다시한번 실증됐다는 점이다. 소의 고삐를 꿰어 물가에 끌고 갈수는 있어도 물마저 강제로 먹일수는 없다. 일의 능률은 강제보다는 자율화에서 더 효과적인 것이다.
정부는 대학생들의 높은 지원율의 의미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학원문제를 포함한 제반 시책에서 자율화의 폭을 크게 넓혀야 한다.
다음은 강제입소를 선택지원으로 바꿈으로써 대학생들의 군사교육열이 강화될뿐 아니라 학원가의 쟁점하나가 제거될수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제 전방부대 입소를 둘러싸고 가느니 마느니하는 실랑이가 없어질뿐 아니라 그로인한 군과 학생간의 마찰도 사라지게 됐다.
정치후진국에는 정치적 갈등과 도전이 상존하게 마련이다. 거기서 군은 체제를 옹호하고 질서를 지키는 힘으로 존재한다. 반면에 학생들은 체제의 변혁과 현상변화를 추구하는 선봉이 된다.
여기서 군과 학생의 갈등이 일어나기 쉽다. 이런 현상은 70년대이래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났다.
국방은 신성한 과업이다. 그 때문에 국방 담당세력인 군이 세속화돼서는 안될뿐 아니라 세속시돼서도 안된다. 군은 그 자체가 호국집단으로서의 권위와 존엄을 스스로 확립하고 외부로부터 존중돼야한다.
이번 학기에 대학생들이 전방입소에 적극 참여키로 한 것은 그런점에서 크게 환영받을 일이다.
대학생들은 국가의 예비지도자군이다. 지금 군이 지키고 있는 이나라는 앞으로 그들의 것이다. 대학생들은 이같은 자신들의 위상을 올바로 인식하여 국방훈련에 성실히 임해주기 바란다.
한편 군은 자진하여 입소하는 대학생들을 따뜻이 맞아들여 장차 국가역군으로 일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것이다.
군과 학생. 국가로서는 그 모두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임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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