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평화상 수상「엘리·위젤」지음|엘리제르의 고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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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단지 유대인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겪어야 했던 비극적 삶과 체험을 진실 된 목소리로 증언한『「엘리제르」의 고백』은 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새삼 일깨운 저자「엘리·위젤」의 고백이자 인류에 대한 호소다. 이 작품은「밤」「새벽」「낮」등 3부로 되어 있는데「밤」에 나오는 트란실바니아의 시게트에서 저자는 태어났다.
어린 시절 그는 나치에 의해 가족을 포함한 수만 명의 동족과 함께 아우슈비츠수용소로, 또 부켄발트 수용소로 추방되었다.
끔찍한 대학살의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14세 소년의 죽음과 절망, 증오의 생생한 기록이「밤」의 내용이다.
전쟁이 끝나자 그는 수용소를 해방시킨 미군에 의해 파리로 흘러 들어와 소르본대학에서 공부하며 프랑스 국적을 얻는 한편, 이스라엘 건국을 주도했던 시오니즘운동에 적극 참여, 신생조국탄생에 젊음을 불태운다.
그후 미국으로 건너가 정착하는 등 불타는 삶이「낮」이다. 그러나 당시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고 있던 영국이 유대조국의 탄생을 억압하자 이에 대항하는 유대의 전사들은 대 영 테러를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한 영국군이 포로로 잡힌다. 18세의 전사「엘리제르」는 그 영국군을 처형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새벽이 되면 그를 죽여야 한다. 새벽을 기다리는 그의 가슴에는 기나긴 밤의 터널이 기다리고 있다.
이 작품이 매우 특수하고 극단적인 상황을 그려 나가고 있으면서도 보편적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증오의 연쇄효과에 대한 경고 때문이다.
증오란 그것이, 즉 원인과 명분이 아무리 확실하고 정당하다 할지라도 마침내는 자기 파멸에 이르고 만다는 사실이다. 한 인간의 비극적 삶은 곧 세계의 비극적 삶인 것이다. 서일심 <전남 장성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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