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다가선 「김영삼 입성」|5월 전당대회… 당권 경쟁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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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신민당 당권의 향배가 큰 관심사로 등장한 가운데 이미 당내 각 계파는 본격 출진 채비를 갖추고 치열한 암중모색을 벌이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는 계파간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이외에도 막바지 고비에 이른 개헌정국과도 맞물려 있어 어느 때 보다 변수가 많으며 그만큼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크게 보아 경쟁은 주류의 김영삼 고문과 비주류 연합의 대결이란 양상이 될 전망이나 이 가운데서 이민우 총재· 동교동계의 김고문 지지강도, 외부요인, 이기택계의 동향 등이 복잡하게 얽힐 것으로 보인다.
두 김씨 약화=직선제 약화를 내다보는 여권의 관심도 중요한 변수라고 해야할 것이다.
○…현재까지 총재경선 의사를 분명히 밝힌 인사는 아무도 없으나 후보자로는 이민우총재와 김영삼 고문·김재광 의원· 이기택 부총재 등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도 입성을 시도한바 있는 김고문이 이번 정기전당대회를 그냥 넘기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거의 기정 사실화됐다.
김재광 의원도 정식 선언은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움직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는 마지막 순간까지 재집권의 가능성을 타진 할 것으로 보여지며 이부총재 역시 도전여부 결정은 유보하고있으면서도 꾸준히 발판을 다지고 있어 당권경쟁이 어떠한 양상을 띠게 될지 조차 예측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상도동계와 함께 당내 최대계파인 동교동계는 후보자를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가 같은 주류인 상도동계의 김고문이 정식선언을 하고 나설 경우 여기에 호응하지 않을수 없을 것으로 보여지나 그 과정이 호락호락 할 것 같지도 않아 문제는 간단치 않다.
21일 두김씨 모임에서 김대중씨가 김고문의 입성에 반대않고 5월 전당대회를 예정대로 소집하기로 함으로써 「김영삼 총재 체제」 에 대한 동교동 측의 사실상 합의를 얻어내 가장 큰 고비는 넘겼다.
문제는 김고문이 주장하는 단일지도체제를 인정해주느냐는 것인데 김고문측은 『양해가 됐다』 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 세부협의가 남아있고, 그 과정이 간단치는 않을 전망이다.
동교동계는 김고문에게 「협력」은 해주되 상응하는 댓가를 충분히 얻어내고 「김영삼총재」특유의 밀어 붙이기식 당 운영을 제어하는 사전장치를 확고히 한다는 전력인 듯 하다.
때문에 협조와 지원이란 카드를 최대한 활용, 「흥정」을 유도할 것으로 점쳐진다.
예상되는 동교동계의 요구조건은 △원내총무 △모든 당직의 50대50 배분 △차기 공천권의 공정한 행사등.
김대중씨가 김고문에 대해 직선제에 대한 보다 강력한 보강 및 실세대화, 사면·복권추진등의 짐을 지우려 할 것도 쉽게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총재는 『김고문이 당수를 하려는 것 아니냐. 나도 이젠 좀 쉬어야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속뜻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최근 선민주화론을 다시 강조하는가하면 당론으로 거론조차 하지 말라고 못박은 헌특문제를「정상화에 노력한다」고 합의해주는 등 분명히 계산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선민주화론에 동조하던 의원들의 반응과 반김 세력의 동향을 유심히 관찰해가며 재추대의 가능성을 가늠하고있음이 거의 틀림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총재가 추구하는 대로 노태우민정당 대표와의 별도회담· 영수회담 등이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구속자 석방이나 민주화조치에 관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어 낼 수 있다면 그의 입장은 그만큼 강화된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총재로서는 김고문의 입성시도와 이에 한사 저항할 비주류간의 당권경쟁이 격렬해져 어느 족도 상처 없는 승리가 어려울 때 절충안으로 자신을 재추대하는 국면을 기대할 가능성이 있다.
이총재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곧 명확히 결정해야할 입장에 놓여있다.
3월부터 시작 될 지구당개편대회에서 김고문의 손을 들어주며 「지원」 을 호소해야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완희 의원등이 조만간「이총재 재옹립」 을 선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그에 따른 답변도 해야한다.
김고문은『근간 이총재를 만나겠다』 고 밝히고 있어 이모임이 크게 주목되고 있다.
○…김재광 의원은『이총재와 두 김씨 모두 당과 정국운영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고 주장 하면서 『헌특에서 여야가 한발씩 양보하여 협상해야한다』 고 기치를 높이 들고 있다.
의원 공천도 「중앙」 에서 지명 할 것이 아니라 지방당원들에 의해 경선시킴으로써 공천권을 둘러싼 폐단을 없애야 한다는 등 「당내 민주주의」를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번 전당 대회 때 두 김씨의 합작에 대항, 43%의 지지를 얻은바 있는 그는 꾸준한 대의원상대 작업을 벌여 왔으며 그의 측근 참모들은 『그때보다는 웃 돌것』 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기택부총재는 「지더라도 손해 볼 것 없는 싸움」 이어서 경선에 뛰어들 생각은 많은 듯 하다. 다만 경선에 나설 경우 두 김씨의 반대편에 서는 것이 되고 그것이 선명성문제로 연결 될것이 틀림없으므로 그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어 고심중이다.
거의 사철 조직점검 대세로그동안 대비해 왔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추이를 관망해가며 호시탐탐할 것으로 보여진다.
김상현씨도 사면·복권될 경우 선민주화론을 내세워 가담할 가능성도 있다.
그는 지난 2·12총선때 김대중씨 대리인으로 동교동계 공천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동교동계내 그의 추종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심지어 이총재와 비주류 및 계보성향이 옅은 의원들이 반김 연합세력화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양상은 더욱 복잡하다.
특히 개헌정국의 벼랑끝에서 합의개헌의 전기를 노리는 여권의 관심이 여기에 복합적으로 얽힐 공산이 크다. 이철승의원의 내각제지지회견을 징계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당내에 퍼져있는 5월분 당세와 관련 있다는 것이어서 외풍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허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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