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문예진흥원의 창작지원 돈만 대고 간섭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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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의 문예진흥원(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은 미국의 문화 예술인들을 개인·단체별로 지원하기 위해 65년 설립된 단체다. 설립목적은 우리나라의 문예진흥원과 똑같지만 지원방식은 다르다. 미국의 문예진흥원은 자금 지원만을 집행할 뿐 모든 결정은 명실공히 민간전문가들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반관반민의 성격을 띤 우리나라의 문예진흥원과 그게 비교된다.
『정부의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문화정책의 요체』라는 미국 문예진흥원「비벌리·그라토빌」(여·국제문제담당)씨의 얘기가 이 단체의 성격을 단적으로 나타낸다.「크라토빌」씨는 이런 정책의 배경엔 어 자금이 모두 미국인의 세금에 의해 충당되고 있다는 철학이 깔려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의해 미 문예진흥원은 문화예술의 각 분야별로 많은 추천위원회(Peer Panel)를 갖고 있다. 추천위원회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지원대상자들을 심의, 추천한다.
지원자에 대한 최종 결정은 국립예술위원회(National Council of Arts) 에서 하게된다. 모두 26명으로 구성되는 이 위원회의 위원들은 상원의 인준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다. 위원장은 문예진흥원장이 겸임한다. 현재「프랭크·하드솔」.
추천위원회는 1년에 한번씩 모임을 갖되 약1주일간 계속된다. 예술위원회는 1년에 4번씩 열되 회의기간은 짧다.
현재 예술위원회 멤버로는「마더·그레이엄」(현대무용가),「조프리」(발레단),「애들러」 (샌프란시스코 오페라단 지휘자)등 각 예술분야의 거장들이 망라돼 있다.
추천위원회의 추천 기준은 아무래도 작품의 질을 우선하지만 지역적 배려도 고려하고 있다. 질에서 좀 떨어지더라도 지방예술이 지원을 받는 경우가 그것이다.
지원대상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한다. 한 예로 미술분야의 경우 1년에 3천5백여명 중 1백명을 뽑게된다.
예술활동에 대한 지원의 개념은 보통 마음놓고 작품에 몰두할 수 있도록『시간을 사주는 일』이며 특정 작품의 완성을 반드시 요구하지도 않는다. 지원액은 개인 1만5천달러, 단체의 경우 50만달러에서 2만 달러까지 다양하다. 1년 지원총액은 16억 달러.
「크라토빌」씨는 미국 정부의 예술가 지원이 30년대부터 시작됐으나 당시 정부관리의 간섭에 대한 예술가들의 불평이 심해 일시 중단됐다가 현재와 같은 예술가들의 독자적인 방안을 정부가 받아들임으로써 65년부터 재개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예술지원 활동이 제대로 되려면 제도의 도입이란 형식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이 제도가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내용을 갖추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워싱턴=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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