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대 은행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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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5대 상업은행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한.중 교역 증가에 따른 금융거래와 국내에서 일하는 중국인 근로자들의 환전 수요 등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중국계 은행들은 엄청난 덩치를 앞세워 싼 이자로 국제 자금을 조달, 기업 대출과 채권 투자에서 국내 은행과 한판 붙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또 중국인 근로자들에게 말이 통하고 송금 수수료도 싸다는 점을 내세우겠다는 계산이다.

국내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중국 2위 은행인 중국은행(Bank of China). 이 은행은 오는 20일께 경기 안산 원곡동의 중국인 근로자 밀집지역 한복판에 지점을 개설,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3만명 가량의 중국인 근로자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일 방침이다.

중국 곳곳의 지점에 직접 송금할 수 있어 국내 은행보다 송금 수수료가 싸고 중국인 근로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은행에서 1백만원을 중국으로 송금할 경우 수수료가 국내 은행의 절반 수준인 2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은행은 부산과 인천.서울 구로 등에도 계속 지점을 만들어 씨티나 HSBC은행처럼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 계획이다.

중국은행 안산지점 개설로 중국인 근로자들의 송금 업무를 주로 맡아온 외환은행이 다급해졌다. 외환은행은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중국은행 안산지점의 개설 시점을 전후해 중국인 밀집지역에 출장소를 세울 방침이다.

중국 최대의 공상은행은 97년 서울지점을 연 데 이어 지난해 5월 부산에도 지점을 개설,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무역금융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중국 3위인 건설은행은 연말쯤 서울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킬 예정이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지점 승격을 위한 예비인가를 받은 상태다.

중국 5위인 교통은행도 최근 한국의 금융시장을 조사한 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금융감독원을 방문, 지점 개설을 협의했다. 지난해 5월 금감원과 지점 개설을 논의한 농업은행(4위)은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서울지점 개설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전민 건설은행 서울사무소 부소장은 "한.중 교역 규모가 계속 늘고 있어 중국계 은행들이 한국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국내 영업망이 탄탄한 한국 은행들과 경쟁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동혁 외환은행 개인영업추진팀장은 "국영인 중국계 상업은행들은 관료주의 체질이어서 서비스면에서 국내은행과는 상대가 안 된다"고 진단하며 "그러나 송금 수수료가 싸고 중국 내 자금 조달에서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방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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