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좀 된다고 자만하는가 - 수출금융 단가 내린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는 불안한 통화관리 대책으로 수출금융의 융자단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지난해 위험수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던 통화가 올해 들어 급증추세를 보이자 여러 대책의 하나로 융자단가라도 낮추어 제동을 걸어보자는 계산인 것 같다.
지난 1월중 수출증가와 수입감소로 무역수지 혹자폭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해외부문에서 돈이 많이 풀렸고 구정자금 수요까지 넘쳐 총통화(M2) 증가율이 20%에 육박, 올해 억제목표 15∼18%를 넘어섰다.
통화관리는 올해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으뜸과제의 하나임을 벌써부터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통화불안요인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회복세를 보인 경기가 올해 확산될 전망이고 수출이 꾸준히 늘어나 국제수지도 지난해보다 더 개선될 것 같다. 계속 부실기업 뒤치다꺼리로 구제금융을 풀어야 할 형편이고 올해는 또 선거가 있는 만큼 돈이 많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어떻게 적정통화량을 유지하여 안정기반을 흔들리지 않게 하느냐다.
정부는 그 동안 통안·재정증권발행 등 공개 시양을 조작, 풀린 돈을 환수하고 있었다.
그래도 미흡하자 손쉬운 방법의 하나로 수출금융 융자단가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통화인플레 예방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통화증발 억제책으로 수출금융융자단가에 손을 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로 융자단가를 내린다고 하면 통화증발억제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 부의 핵과를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수출이 갈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수출이 좀 된다고 해서 자만할 때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수출구조는 취약하기 이를 데 없고 이에 따라 지난해 이룩한 국제수지 흑자기조 역시 극히 불안정한 상태다. 수출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의 수출은 아직도 가격경쟁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국제수지개선은 국제저금리·저 유가 등도 큰 보탬이 되고 있지만 수출이 가장 많이 기여하고 있다.
자력성장기반구축을 위한 국제수지혹자기조정착이 절실한 때 수출금융융자단가를 낮추어 수출에 부의 요인을 자초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우리의 수출을 둘러싼 3저의 호여건은 불안한 상대고 무역환경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미국은 물론 유럽 등지로부터 통화·개방 등 경제압력은 계속 가중될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관리 역시 더욱 힘겨워지고 있다.
수출업계는 또 원화절상, 경쟁국과 비교하여 높은 금리 등으로 채산성과 경쟁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물건을 실어내 환차손을 덜어 보려고까지 발버둥치고 있는게 수출업계의 현실인데 단숨에 큰 폭으로 융자단가를 낮추어 충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
융자단가의 대폭 인하는 통화증발억제라는 정의 효과에 비해 수출에 미치는 부의 효과가 더 크다.
통화관리는 융자단가 인하와 같은 쇼크 요법보다는 불건전한 여신, 부실기업의 구제금융 등 억제할 것은 억제하고 공개시장 조작정책 등 원론적인 수단을 보다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부문에서도 통화증발요인이 없는가 항상 경계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