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은 뛰어난 시적감각 지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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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어떤 겨울날』-크든 작든간에 자연 혹은 사람들이 무슨 변화를 보이게 되면, 그것을 보는 우리들은 평시보다 다른 우리들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예술 또한 그같은 충격 때문에 표현으로 일으겨지고, 일으켜 놓은 것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가만있지 못하도록 한다.
이 시조도 그같은 계절 변화로부터 연유된 일종의 충격 현상이다. 그것이 「흰눈→화선지」 「솔바람→먹향내」 「오르는 학→새 세상」 이미지로 각각 연상되고 표현되어 초보적이지만 그럴듯한 세계가 되었다.
『동백』-접속되어야 할 부분적인 말 몇을 도우면서 내지만, 아뭏든 뛰어난 시상 감각을 지닌 소유자다. 쉬지 않고 거듭하면 빛나는 일들을 많이 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뜨개질』-종장에 갖추어진 서정 감각은 칭찬받아 마땅할 표현 능력이지만, 초장과 중장은 좀더 생각하면서 남다른 구성으로 연결됐었더라면 보다 좋았을 일이었다. 이 말은 시조 한 수의 가락이 설명하는 일에 치우치거나 기대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눈』-시상을 붙드는 데까지는 좋았다. 초장이 그런 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처지면서 객쩍게 끝나고 만다. 따라서 이 시조는 중장과 종강을 다시 일으킬 필요가 있다. 물을 갈아붓듯이 생각을 그렇게 갈아부어야 하겠다.
이밖에도 박은영의 『목수일기』, 김향숙의 『까치소리』, 김혜영의 『을숙도』, 이해완의 『어떤 이별』등도 빛나는 부분들을 각각 지닌 것들이었다. <서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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