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 타고 가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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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꽃상여 타고 그대 잘가라-.』
20일 하오 박종철군(21)의 추모제가 열린 서울대 학생회관 2층.
선후배와 학부모 1천여명은 증명사진을 확대한 박군의 초라한 영정을 바라보고있였다.
박군이 평소 즐겨부르던 『꽃상여』 노래가 친구들 입에서 흘러나왔다.
『차가운 날 한뼘의 무덤조차없이/언 강 눈바람 속으로 날려진 너의 죽음을 마주하고/죽지 않고 살아남아 우리 곁을 맴돌/빼앗긴 형제의 넋을 앞에 하고/우리는 입술을깨문다…』
박종철군이 다니던 언어학과의 여학생이 『우리는 결코 너를 빼앗길수 없다』는 조시를 울먹이며 낭독하자 울음바다.
『어미들의 가슴이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듯 하구나. 어버이들이 저지른 죄값을 어이해 꽃다운 나이의 너희들이 희생의 제물이 된단 말이냐. 저들도 자식을 키우는 사람일진대…』
한 구속학생 어머니의 절규가 터져나오자 장내는 또 한차례 슬픔이 물결쳤다.
주위에 셨던 교직원들도 손으로 콧잔등을 누르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형제 그리운 얼굴들/그아픈 추억도/아,짧았던 네젊음도/헛된 꿈이 아니었으리/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면…』
추모제는 언어학과 학생들이 지정한 추모가로 끝났다.
아크로폴리스로 몰려가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구속학생 어머니 30여명이 계단 앞으로 뛰쳐나왔다.
『철아! 다 잊어버리고 가거라.』
이 땅에 「고문」은 다시없어야 한다는 어머니들의 절규는 차라리 통곡이었다. <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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