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한「위탁생산」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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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엔화강세로 경쟁력을 잃고있는 일본의 전자·전기메이커들이 생산단가가 적게 먹히는 한국에 직접투자 혹은 위탁생산이란 형태로 생산거점을 마련, 한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일본을 거치지 않고 바로 미국·구주등에 수출토록 함으로써 일본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구주 등과의 무역마찰을 한국에 떼어 넘기고 있어 우리상품의 해외시장경쟁 및 통상외교상 큰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상공부는 이같은 사실을 중시, 이미 일본기업의 대한진출현황 조사에 착수했으며 실태파악이 끝나는대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기업의 생산·수출기지의 표적이 되고 있는 대만은 이미 지난 연말 왕건훤경제부차장(차관)이 『대만을 일본기업의 대미수출 중개기지로 만들수 없다』고 밝힘으로써 일본기업의 진출을 억제할 방침을 밝힌바 있다.
일본기업의 대한투자는 82년에 21건, 83년 38건, 84년 51건, 85년에 58건등 60건미만에 머물렀으나 엔화강세가 본격화된 작년에는 85년의 2배에 가까운 1백8건에 달해 대한 진출 러시현상을 보였다.
올들어서도 일본의 중견퍼스널컴퓨터 생산·수출업체인 세이코 에프손이 전체 생산의 80%에 해당하는 12만대를 한국의 트라이젬 컴퓨터사에 위탁생산, 한국기지로부터 미국과 구주에 직접 실어내기로 한것을 비롯, 마쓰시타(송하)냉기가 미국수출용 냉장고의 일부(1만∼2만대)를 금성그룹에 위탁생산, 미국에 직접 수출토록 계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코 에프손의 경우 한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경우 20%정도 값싸게 제품을 만들 것으로 보고 있으며 위탁생산하는 12만대의 퍼스널 컴퓨터 80%를 미국시장에, 20%를 구주시장에 실어낼 계획이어서 미국·구주에 수출되는 한국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또 수출되는 12만대분 6천만달러가 한국의 대미 및 대구주 수출실적에 올라 우리는 실속없이 무역마찰만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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