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식품·제약업체는 과식·비만 유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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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식의 심리학
키마 카길 지음
강경이 옮김, 루아크
348쪽, 1만5000원

인류가 배고픔에서 벗어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過)’식(食)은 의외로 인류에게 비교적 새로운 행동이다. 키마 카길 워싱턴대 타코마캠퍼스 교수는 단맛을 무척 좋아하는 자신의 입맛을 이해하고 관리하다 과식을 연구하게 됐다. 공부 과정에서 카길은 과식의 원인을 밝히려면 심리학·철학·경제학·신경내분비학·역사학·노동문제·정부 규제 들을 모두 알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과식이 이토록 다층적 분석을 요하는 까닭은 현대에 이르러 더 강화된 ‘소비 자본주의’가 우리를 더 먹고, 자꾸 먹도록 유혹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과식은 강한 자극적 경험을 좇고 소비하는 서구 도시생활의 일부이며, 이제 고도의 소비 중심 경제로 급성장하는 세계 곳곳의 나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34쪽)

과식을 유발하는 가장 규모가 큰 산업은 식품 산업과 제약 산업이다. 많이 먹게 해 과체중과 비만을 불러오고, 식욕을 떨어트리고 날씬하게 해준다며 각종 약을 먹게 한다. 병 주고 약 주는 두 산업은 서로 짝패를 이뤄 음식 중독의 욕망을 제조한다. 결국 현대인이 과식과 씨름하게 된 건 음식이나 식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의 문제이니, “우리의 목표는 단지 사람들이 음식을 적게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덜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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