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야생마" 김성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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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혼혈선수 김성욱(현대·1m93cm)이 농구대잔치에서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다.
실업 초년병인 김성욱은 지난21일 숙명의 라이벌 삼성전자와의 경기에서 강한 체력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활기찬 플레이를 펼쳐 골 밑을 장악 (리바우드 7개)하고 18점을 올리며 상대 조동우 임정명 등 베테랑 센터 진을 무력화시켜 팀 승리의 수훈감이 됐다.
김은 파워는 엄청나다. 경험부족과 기량 미숙이 헛점으로 지적됐었으나 이날 파이팅을 보여 「떠오르는 해」로 기대를 모았다.
김은 올 농구대잔치 예선에서 6게임(4시간)을 통해 절반정도인 2시간12분을 출장, 21득점·리바운드 40개·어시스트 5개를 기록했다.
이제까지 국가대표 부동의 센터인 임정명(1m90cm) 은 2시간 44분을 뛰어 42득점·리바운드28개·어시스트 21개로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김의 우세가 확연하다.
국가대표 경력 2년의 김은 8년의 임에 비해 체력은 우세하나 기량 면에서 뒤진다.
또 다른 국가대표 센터 한기범(기아산업·.2m7cm)에비해서는 신장이 작다. 그러나 김은 앞으로 한과 함께 국가대표팀의 더블포스트로 내세워질 전망이다.
김은 이번 대회에서 슛·리바운드의 기술이 눈에 띄게 향상돼 경험만 쌓으면 임정명을 능가할 센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의 정광석 감독은 『성욱이가 의외로 기량이 향상되고있다. 그러나 아직 수비하는 시야가 좁고 공격에서 배구 능력이 부족하다』 면서『앞으로 센스와 기량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아 국가대표팀의 기둥으로 믿을 만 하다』 고 말했다.
김은 지난11월 초 난생처음 아버지 「제랄드· 카미스키」씨(46)를 미국에서 만나고 와 전보다 더욱 연승에 몰임, 주위에서는 부자상봉이 어떤 심기일전을 가져온 것 같다고 말하고있다.
대구 계성고-국민대를 거쳐 현대에 입단할 때까지 매번 스카우트 경쟁을 몰고 온 김은 평생 소원이었던 국가대표선발 (85년) 과 아버지상봉(86년)의 꿈을 모두 이룬 것이다.
『아버지를 만나고 나니 내갈 길은 농구라는 생각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유는 묻지 마세요. 소속팀에서 마음껏 뛰어 최종우승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투지와 넙치는 힘으로「코트의 야생마」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의 이번 농구대잔치에 임하는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하다.

<제정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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