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자격자의 전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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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이나 조치는 신중을 기해야할 일이다. 우선 그 규정은 지레짐작이나 확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느슨하면 많은 문제들이 따른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 규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교부는 내년부터 교사 신규채용때 「시위전력」이 있는 사범계 대학 졸업생이나 이미 졸업한 임용 대기 자는 임용대상에서 선별 제외키로 했다. 문교부의 이 같은 조치는 『성향이 불량하다고 인정되는 자는 교원이 될 수 없다』는 교육법 제77조 제3호의 규정에 의거한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교사 자격으로서의 성향이 불량하다고 하면 일반적으로 이성관계가 문란하고 상습도박에 음주 추태 등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사회통념상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사항들이 대상이다.
왜냐하면 중·고교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인격적인 사표가 핵심적인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풍부한 학식과 덕망뿐 아니라 온건하고 편향되지 않는 민주적 사고를 지닌 세련되고 원만한 인격자이어야 학생들의 사표가 될 수 있다.
교육법에서 「성향이 불량한 자」를 제외시키기로 한 입법정신도 바로 이러한 전 인격체로서의 교사상을 겨냥한 것이다.
바로 그 입법정신을 확대 또는 유추해석 해 시위전력까지도 임용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은 법 적용에도 문제가 있을 뿐더러 임용 조건을 지나치게 악용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을 낳게 한다.
물론 문교당국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교사 시국선언 등 이들의 현실참여가 학생들에게 끼칠 영향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나온 얘기인 줄은 안다.
그러나 사법적 절차를 거쳐 유죄로 인정되어 공직에 나아갈 수 없는 명백한 전과 사실이 있으면 몰라도 한 두 번 시위를 한 경우까지도 해당시키는 것은 너무 오지랖 넓다는 평판을 받기 쉽다.
대학 4년을 다니다 보면 어쩌다가 시위에 휩쓸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걸 문제삼아 공민권 제한과도 같은 임용 제한을 하면 공권력이 지나치게 간여한다는 인상을 준다.
전력으로 말한다면 현직 국회의원을 포함, 몇몇 주요 공직자도 학생시절 한두 번 시위에 가담했던 인사들이 적지 않다.
시위가 문제되어 학교나 사법기관에 의해 처벌을 받았으면 그 행위에 대한 처벌은 이미 끝난 것이다.
과거의 행위, 처벌을 받은 행위를 두고 두번씩이나 처벌적 성격의 불이익을 주는 것은 형법상 일사부재리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처벌은 그 행위에 상응해야 하는데 그것이 정도를 넘어 과도하게 가혹하면 처벌기능은 정당성을 잃게 마련이다.
우리 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화합이 요구되는 시기인데 응어리지고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게 해서야 되겠는가. 지나친 처단 기능으로 해서 불만이 축적되고 이로 인해 사회가 불안하게 되면 그 기능은 나라를 위해 해로우면 해로 왔지 이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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