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라던 정부 인사들의 '최순실 허언' 책임질까

중앙일보

입력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루머나 정치공세로 치부했던 청와대와 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JTBC 보도로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자료들이 최씨에게 유출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들의 '허언'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최순실 허언'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의 국정감사 증언이다.

이 실장은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를 좋아했다는 보도에 대해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실장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시스템으로 성립 자체가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의 친분관계에 대한 의원들의 물음에 대해서도 "아는 사이인 것은 분명하나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사실관계를 확인했는데 절친하지는 않다고 했다"며 비선 실세라는 의혹과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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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중앙포토]

하지만 박 대통령의 25일 사과문 발표에서 최씨와 각별한 인연임을 시인하면서 이 실장의 이런 국회 증언은 허위가 됐다.

이 실장이 문서 유출 사실을 알고도 거짓 증언을 했다면 국회에서의 증언ㆍ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셈이 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이 실장이 정말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서 유출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청와대 비서실이 이 실장의 통제를 벗어난 게 된다. 역시 비서실장인 이 실장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이 실장 외에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도 거짓 해명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소위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인 이재만 총무비서관도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에 대해 "그런 부분들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 언론에 보도된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역시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안종범 정책조정수석도 최씨를 아느냐는 물음에 "모른다"고 답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20일 최씨의 '연설문 고치기' 의혹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심지어 박 대통령 조차 지난 9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씨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에 대해 "이런 비상 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록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 다음날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혹은 누구든지 얘기할 수 있지만 의혹 제기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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