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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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척수와 함께 중추신경계를 대표하는 뇌는 인간의 모든 감각과 행동과 지능을 다스리는 총사령부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고 옛날일을 기억해 내고 어떤 일을 계획하며 고민하고 사람하고 공포를 느끼는 모든 활동의 근원이 들어있는 곳이다.
우리가 위험을 느낄때 자신도 모르게 머리부터 감싸쥔다거나 전쟁터에서 철모부터 쓰는 것만 보아도 뇌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가를 알수 있다.
우선 뇌의 생김새부터 보자. 1.4㎏정도의 무게를 가진 뇌는 대뇌·소뇌·간뇌·연수로 나눠진다.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뇌는 좌우의 반구로 나눠져 왼쪽반구는 주로 신체 오른쪽 절반을, 오른쪽 반구는 신체의 왼쪽 절반을 지배한다.
뇌량이라는 다리로 반구가 연결된 대뇌는 또한 왼쪽이 논리적 사고나 수학적 추리력, 언어활동기능 등 주로 과학적인 능력과 관련이 깊으며 우측대뇌는 이와는 반대로 공간적·직관적·창조적인 예술성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측뇌를 다쳤을 경우가 우측에 비해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도 왼쪽에 언어중추가 모여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뇌의 표면은 회백색으로 보이는 대뇌피질로 신경세포가 집합을 이루고 있는 곳이며 이곳에서 인간의 사고와 판단과 추리와 감정이 이뤄진다. 그 내부에는 백색으로 보이는 수질로 신경섬유가 밀집되어 있으며 흥분의 전달통로가 되는 곳이다.
뇌전체의 약 10%를 차지하는 소뇌는 대뇌의 뒤쪽 아래쪽에 있으며 몸의 자세나 운동을 반사적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소뇌에 병이 있는 경우 평형감각이나 유연성이 부족해 평균대위를 잘 걷지 못하거나 눈을 감고 똑바로 걷지 못하며 헤엄을 쳐도 마치 한쪽 노로 보트를 젓듯 한쪽으로만 돌게된다.
대뇌의 아래쪽에 위치한 간뇌는 척수나 연수로부터 오는 흥분을 대뇌피질에 중계하는 시상이라는 곳과 자율신경이나 체온·호르몬 농도를 조절하는 시상하부라는 곳으로 나눠져 있다.
추운날 체온이 0.1도 정도만 떨어지면 시상하부는 혈액이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신체표면쪽로는 적게 흐르도록 하거나 땀구멍을 막으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척수의 위쪽에 있는 연수는 심장박동이나 호흡운동을 비롯하여 재채기나 하품·기침 등의 반사중추가 모여있는 곳이다.
뇌는 그만큼 중요한 곳이면서 또한 두부처럼 약한 조직이기 때문에 보호장치도 튼튼하게 되어있다.
두부장수가 두부를 물에 띄워 지고 다니듯 뇌도 물로 채워져 충격이 완화되도록 되어있으며 그 바깥을 연막·지주막·경막 등 세겹의 막이 보호하고 있고 그 바깥에는 두께 6㎜내외의 단단한 두개골이 싸고 있어 두피와 머리카락까지 포함하면 뇌는 7겹의 요새안에 들어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과잉보호되다보니 역효과도 많다. 연세대의대 이규창교수(신경외과학)는 이마가 부딪치면 바깥쪽으로 부어오를수가 있지만 뇌속에서는 혹이나 출혈이 생긴 경우 뼈속에 갇혀있어 외로 부어오를 수가 없기때문에 결국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로인해 갑자기 하부의 뇌가 눌리게 되면 혼수나 신경증상이 나타날 틈도 없이 사망하기도 하고 어느쪽이 마비되거나 심각한 후유증이 오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두통도 뇌안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의대 최창낙교수(신경외과학)는 뇌안의 신정이나 혈관·뇌막 등이 압박을 받거나 어느 한쪽으로 밀리게 될때 두통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쪽머리가 아프다는 편두통은 처음에 혈관이 수축(경련)되었다가 뒤이어 확장이 반복적으로 될때 나타나는 것이며, 술을 마시고 아침에 골이 아프다는 것도 알콜의 작용으로 뇌안의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이며 .심하게 흥분할때도 혈관이 갑자기 수축함으로써 두통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한다.
피아노의 건반 하나하나마다 특정한 소리를 내거나 회사의 여러과가 제마다 일을 분담하듯 뇌의 대뇌피질도 그 맡은 영역이 신체의 특정부위와 대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대뇌피질이 관장하는 신체의 부분을 피질주변에 순서대로 그렸을때 재미있는 것은 그 넓이가 실제 인체부위의 크기와 다른 점이다.
즉 눈이나 혀·입·손 등을 지배하고 있는 뇌의 영역은 매우 넓은데 비해 몸통 부분은 매우 좁게 되어있어 먹고 보고 만지는 일이 생명유지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그림에서도 알수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뇌이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뇌자체를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신경전달물질을 내는 조직을 옮겨주는 방법으로 환자의 부신수질 일부를 뇌에 옮겨 수전증 등을 치료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으며 태아의 뇌를 이용하는 연구도 스웨덴의 「E·버클란트」박사팀을 비롯해 미국·영국·일본 등에서 진행되고 있다. 윤리적인 문제로 발전에 제약은 있으나 언젠가는 여러가지 특정질환치료의 돌파구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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