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 「서울 대회」 중지 선언|"경찰 저지로 개최 불가능한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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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민당은 29일 하오 1시 서울 신문로 구 서울고 부지에서 「직선제 개헌 관철 및 영구 집권 음모 분쇄를 위한 범 국민 대회」를 열리고 시도했으나 경찰의 저지로 대회를 열지 못하고 이날 상오부터 곳곳에서 충돌 사태를 벌였다. <관계 기사 3, 6, 7면>
이에 따라 신민당은 29일 하오 3시를 기해 이날 열기로 한 서울 대회를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서울 대회 추진위 선전분과 위원장인 김수한 부총재는 『우리 신민당이 개최키로 했던 범 국민 대회는 현정권의 방해와 무자비한 탄압으로 부득이 일단 중단하고 다시 열게될 수밖에 없음을 통분한 마음으로 알린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상오부터 대회장인 구 서울고를 봉쇄, 출입을 막았고 신민당이 3조로 나누어 사전 집결키로 했던 종묘 앞·파고다공원 앞·서대문 로터리 등에도 병력을 배치, 신민당 측의 집결을 막는 한편 최루탄을 쏘아 해산시켰다.
경찰은 인의동 신민당 중앙 당사에도 병력을 배치해 출입을 통제했다.
이민우 총재 등 당 지도부는 이날 낮 12시35분 당사를 출발, 대회장 쪽으로 향하려 했으나 전투 경찰이 당사 입구를 막아 20여분간 승강이를 벌이다 당사로 되돌아갔다.
서대문 로터리에서도 일부 의원과 당원이 집결했으나 경찰이 최루탄을 쏘아 해산시켰다.
1조 (노승환 부총재)에 소속된 의원 20여명과 당원 1백여명은 1차 집결지인 마포 아파트 앞에서 대회장을 향해 출발했으나 상오 10시45분부터 버스 4대에 타고 온 경찰에 의해 제지당했다.
경찰과 30여분간 대치 상황을 계속하는 동안 의원들은 근처 서울 가든 호텔 앞 큰 길까지나왔으나 사복 경찰 1백여명이 의원과 보좌관 등 50여명을 강제로 경찰 호송차에 실어 여의도 의원 회관 등으로 옮겼다.
또 파고다 공원 앞에서는 상오 11시20분쯤 임춘원·이상민·이진연 의원 등 3명이 보좌관들과 함께 공원 앞으로 나왔다가 경찰에 의해 15분만에 경찰 마이크로 버스 편으로 여의도 의원 회관으로 실려갔다.
11시50분쯤 종묘에는 일부 신민당 의원 및 당원 30여명이 집결해 구호를 외치다 경찰이 최루탄 10여 발을 쏘아 일단 해산했다.
이 총재와 신민당 의원들은 대회 장소 접근 및 가두 대회가 불가능해지자 당사로 돌아와 옥외 마이크를 통해 항의하는 한편 준비한 녹음 테이프로 된 연설도 내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대회 무산에 이어 당사에 모여 농성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리 밝힌 녹음 연설을 통해 이민우 총재는 『현 정권은 후안 무치하게도 폭력으로 대회를 막고 장소 사용 허가를 내주지 않고 불법 집회라고 억지를 부렸다』고 지적하고 『현정권은 국가 경영의 상도를 아예 벗어 던지고 독재 연장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난했다.
김대중 민추협 공동 의장은 미리 밝힌 녹음 격려사에서 『이 정권은 변형된 영구 집권 음모를 채우기 위해 내각책임제를 주장한 것』이라고 말하고 『민주 정부만이 공산 정권과 자신 있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우리는 안보와 평화 통일에의 길을 가로막는 독재 정권을 하루속히 종식시키고 민주 정부를 이 기회에 반드시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순조로운 민주화와 국민적 화해를 실현하는 가장 좋은 길은 거국 중립 내각의 실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영삼 상임 고문은 미리 밝힌 녹음 격려사에서 『지금은 계엄령만 선포되지 않았지 실제로는 사실상의 계엄 상태』라고 말하고 『이제 이 정권이 완전히 통치 능력을 상실한 집단이라는 것을 스스로 전 세계에 폭로해버린 꼴이 됐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또 『우리는 현정권의 영구 집권 음모를 폭로하면서 음모 분쇄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을 전개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상오 신민당 중앙 당사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으나 신민당 측이 옥외 가두 방송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집행을 보류했다.
압수 수색 영장은 서울지검 정민수 검사가 청구, 서울 형사 지법 이재홍 판사가 발부했으며 노경규 신민당 총무국장이 집시법 위반 피의자로 되어 있고 압수 대상은 유인물·확성기·플래카드·앰프 등 시위 용품이다.
경찰은 또 민추협이 하오 1시20분쯤 무교동 사무실 유리창 2개를 부수고 창 밖으로 확성기를 설치, 김대중 공동 의장의 녹음 연설을 방송하기 시작하자 사무실 출입문을 뜯고 들어가 바리케이드를 제거한 뒤 전기를 끊어 방송 중이던 김 의장의 연설을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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