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군 동오면 귀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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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원 양씨 일가가 6백여년 동안 일군 텃밭이다.
마을입구에 웅크린 바위의 생김새가 거북(귀)모양인데 그 꼬리가 마을 쪽으로 향하고 있어 마을이름을 「귀미」라 했다
이곳에 맨처음 남원 양씨의 뿌리를 내린 주인공은 10세 수생의 부인 이씨.
남편 수생과 사별한 이씨는 유복자 사보를 업고 개성에서 귀미로 낙향, 버려진 텃밭을 옥답으로 일구며 양씨 일문을 번성시켰다.
마을전체 1백50여가구 7백여명이 모두 사보의 후손들이다.
『한때는 3백여가구가 모두 남원 양씨인 큰마을 이었지요. 지금은 이농현상으르 1백50여가구로 줄었지만 요즘도 학교에서는 출석을 부를 때 성을 따로 부를 필요가 없어요.』 22세손 양대우씨의 말.
마을 중앙에 지붕을 드리운 종가는 이씨부인이 자리잡은 이후 6백여년 동안 종통을 이어온 귀미리의 성역.
『6백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왕조가 바꿔고 권력의 판도가 달라졌지만 종통의 계승은 변함이 없었다.』고 대우씨는 말했다. 매년 음력 10월2일은 이시, 수생부부의 묘단, 그리고 사보의 묘소에 참배하는 시제일. 전남·북일대에 흩어져 사는 후손들이 모여 제사를 올리고 한핏줄의 우의를 다진다.
섬진강 상류 골짜기마다 일구어진 논밭 면적은 6백60두락. 물이 좋고 땅이 기름져 식량생산은 주민들이 자급자족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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