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민간부담 OECD 최고수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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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중증 환자가 매년 늘고 있는데도 국민소득 가운데 의료비 비율이 낮은 한편 공공의료가 부실해 민간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의 비중은 큰 것으로 지적됐다.

29일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이 OECD의 '2003년 보건의료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총의료비 지출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5.9%로 OECD 30개국 평균(8.1%)에 크게 못 미쳤다. 의료비를 가장 많이 쓰는 국가는 미국으로 GDP의 13.9%에 이른다.

또 한국의 총의료비 대비 민간지출 비중은 55.6%로 미국(55.8%) 다음으로 컸다. 공공의료 제도가 취약해 보건의료비 지출 중 민간이 부담하는 비율이 매우 높게 나온 것이다.

반면 공적 의료보험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3.94%로 OECD국가 가운데 가장 낮았으며 의료보험 대상이 되는 진료비 중 본인이 부담하는 비율은 41.3%로 멕시코(51.5%) 다음으로 높았다. 우리나라는 보험에서 아예 제외되는 비급여 항목이 많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면 개인의 의료비 부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적보험의 보험료율이 낮아 공공의료 시스템이 취약해졌고 이에 따른 구멍을 개인들이 자가부담으로 메우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또 총의료비 중 약제비(약품값과 조제비)의 비율이 25.8%로 OECD국가 중 헝가리(30.7%) 다음으로 높았다. 급한 병으로 입원하는 일수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줄고 있지만 한국은 연간 11일로 이들 국가 중 최고를 기록했다. OECD국가 평균은 7일에 불과하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불합리한 의료수가 체제로 병원들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 입원일수를 늘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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