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 보도|외국자본이 미국을 삼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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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의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지는 최근 「외국자본에 영향받는 미국경제」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통해 미경제의 탈미국화에 대한 경계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에 진주한 외국자산이 85년말 현재 무려 1조6백억달러에 달하고 미정부가 내다파는 재무성증권은 요즘 일본이 덥석덥석 사들이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다음은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탈미국화하는 미국경제에대한 기사의 요지.
이제 신발과 TV세트같은 상품은 「외제」가 미시장을 지배하고 반도체나 공작기계등이 미시장을 위협한다는 얘기는 새삼스럽게 들리지 않는다.
외국자본은 미국의 금융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에 미재무성이 증권을 발행하거나 기업이 자금조달에 나설때 이제는 외부자본에 의지하지 않을수 없게됐다.
더우기 최근의 달러약세는 외국자본의 미상륙을 더욱 쉽게 해주고 있다.
이처럼 외부요인이 미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날로 커지는데도 미국은 그저 환율조정이다,무역규제다 하는데만 관심을 쓰고있는 형편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15년간 일본시장의 공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일본어를 배우는 미국인의 숫자는9천명에서 1만명으로 거의 늘지 않았다.
최근 일본과 중공·홍콩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재정전문지의 편집자인 「하워드·러프」씨는『그들은 우리의 정치·세제, 심지어 정치가의 이름에 이르기까지 섬뜩할 정도로 관심을 갖고있다』고 말하고 『반면에 미국사람들의 세계관이란 것은 대체로 미국의 국경선을 넘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증권회사인 CM&M사의 이코노미스트인 「레이시·헌트」 씨는 『미국경제가 이미우리 국경밖의 사건이나 정책결정에 의해 상당부분 좌우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미국민의 이같은 무관심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탄한다.
탈미국화의 구체적인 예를보자. 미재무성 증권의 발행액중 외국인이 사들이는 것은 83년까지만해도 4%에 불과했다. 그러던것이 올들어서는 22%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여름에 발행된 90억달러어치의 재무성증권중 일본이 덥석 40억달러어치나 사들였다.
미국재정의 악화와 더불어 외국자본의 계속된 유입으로 미국은 그동안 누려온 세계 제1의 채권국에서 벌써 2천억달러 가까운 빚을 진 세계 제1의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이 부채는 미국의 총외채에서 대외자산을 뺀 순채무인 것이다.
이같은 놀라운 변화는 현재로서는 별다른 고통없이 진행됐지만 「르레드·버그스텐」국제경제연구소장등 경제학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빚으로 미국은 앞으로 큰 짐을 짊어지게 될것이라고 우려한다.
빚을 갚기 위해선 엄청난 국제수지혹자를 내야할텐데 그러려면 달러화의 재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는 결국 세계경제에 있어서 미국지위의 하락을 의미하며 나아가 미국민의 생활수준을 떨어뜨릴 우려가 농후하다.
뉴욕시내 투자회사인 라덴버그사와 이코노미스트 「에리히·하이네만」씨는 부채로 인한 부담이 90년에 가면 1인당 4백달러에 이를것이라고 추정했다.
버클리대의 「로라·댄드리어·타이슨」 박사는 『최근의 외자유입이 장래의 생산능력을 확충하는데 이용되기보다는 단순한 정부의 재정차입 목적에 쓰여진게 더 문제』라고 지적한다.
보호무역주의가 횡행하지만 예컨대 의류·설탕·자동차등 3개산업에서의 수입규제로 84년에만 소비자가 1백40억달러를 추가부담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쓸 방법도 못된다.
더우기 조사목적에 있어서까지 대외의존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컴퓨터에 쓰이는 반도체는 일본것에 상당부분 의존치 않을수 없다.

<박태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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