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술과 정신질환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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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술운 마시면 즉각 위에서 홉수되어 피 순환을 따라 뇌에 전달된다.

<뇌의 기능>
우리 몸의 피속에 알콜성분이 0·3% 정도가 되면 벌써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0· 5%가 되면 이미 몸이 말을 잘 안듣기 시작하고 조금 비틀거리게 되며, 1%가 되면 몸을 가누기가 힘들어진다.
2%가 되면 정신이 흐려지고 착란이 오게되며, 3%에서는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되며, 4%가 되면 완전히 마취되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5%에 이르면 호흡중추가 마비되어 죽게된다.
그러나 이것은 보통 사교성 음주자들에게 해당되는 현상이다. 알콜에 중독이 된 사람은 알콜에 대한 내성이 생겨있기 때문에 훨씬 더높은 수준에서도 잘 견디는 수가 많다.
술은 뇌기능을 억제시키는 일종의 마취약이다. 뇌의 억제중추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술이 조금 들어갔을 때에는 오히려 기분이 들뜨고 활동도 활발해진다. 그러나 술의 양이 많아지면 마취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서 정신과 신체기능 모두가 저하된다. 처음에는 뇌의 제일 윗부분인 뇌피질만 영향을 받아 긴장과 억압이 해소되는 효과가 있지만, 술이 많이 들어가면 점차 생명의 기본을 맡은 아랫부분의 뇌간등이 영향을 받아 생명까지 위협하게 된다.
술을 상습적으로 지나치게 마시다 보면 뇌세포가 알콜에 적응되어 알콜기운이 있어야만 제 기능을 하게 된다. 어쩌다 안 마셔서 알콜기운이 떨어지면 뇌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만성 알콜중독자들의 뇌를 보면 정상인의 뇌보다 많이 쪼그라들어 있다. 정상인의 뇌보다 무게도 훨씬 가볍다. 뇌세포가 많이 죽어서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뇌 속의 빈 공간인 뇌실이 정상인보다 넓어져 있고 뇌 겉의 홈이 넓게 푹 패어져 있는 것을 볼수 있다.
만성중독자는 서서히 뇌기능을 죽이고 있는 셈이다. 장환일(경희대병원·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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