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고도성장 대가 치를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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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정부의 정책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워싱턴 브루킹즈 연구소의「브루스·맥로리」소장은『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주도정책으로 힘입은바 크다』 며『경상수지흑자를 이룬 현실에서 한국이 금융을 포함한 모든 부문에서 개방속도를 빨리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8일 하오 일해 연구소(소장 김기환)에서 가진「동북아 경제성장과 미국의 대외정책」이라는 주제강연을 통해「맥로리」소장은 한-미 통상관계만을 중점 언급, 이같이 밝히고『한국도 이제 대가를 치를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간추린 강연내용.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외국시장에서의 이점은 최대한 취하면서 상응한 책임은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서로간의 인식 차를 배경에 깔고 있는 한-미 양국간의 무역마찰은 한국 측의 성의 있는 양담배수입·보험시장 개방 등으로 최근 약간의 진전을 봤다.
그러나 미국의 산업재조정 압력과 방대한 무역적자가 상당량 감소될 때까지는 미국의 통상상대국에 대한 시장개방압력은 계속될 것이며, 한국이 수출주도형 성장에 크게 의존하고 국내시장보호를 계속 하는 한 한국에 대한 개방압력도 계속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이제까지 보여준 노력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성과가 있기를 미국 측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비록 1인당 GNP가 낮고 최근까지 무역수지적자 상태라고 하지만 미국보다는 그래도 좋은 상태에 있다. 미국의 성장이 지지부진하고 방대한 국제수지적자로 세계최대의 채무국이 될 위험을 안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실업률이 감소하고 두 자리 숫자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에 금년 들어서는 국제수지흑자를 이루었다. 또 3저의 좋은 여건 하에서 중소기업지원 등 국내경기 활성화에 힘쓸 기회도 된다.
보다 폭넓은 개방을 추진하는데 있어 금융서비스부문도 보조를 맞추기를 기대한다. 상품시장은 개방하면서 금융서비스분야의 개방을 늦추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금융혁명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것이 한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미국의 재정·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예산삭감 등 미국내의 거시정책 적 노력이 수반돼야 하지만 동시에 일본과 서독이 수출을 줄이고 내수시장을 활성화하는 등의 국외적 협력도 필수적이다. 환율조정·내수시장 확대 책 등 다양한 정책이 함께 추구돼야 한다.
서로 변화를 맞고 있는 한-미 양국의 자유경쟁에 바 탕한 협력만이 양국 모두에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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