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신인민군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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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68년2월 북부 루손도 중앙의 타락주 정글 산악지대서 50여명의 과격파 대학생등 청년지식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신인민군 (NPA) 은 결성 당시에는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존재였다.
그러나 72년 「마르코스」 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반정부세력을 탄압하자 지하조직을 강화하기 시작해 농민층을 파고들어 세력을 확장했다.
특히 83년8월 「베니그노·아키노」 상원의원의 암살사건이 일어나고 필리핀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지방에서의 동조세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게릴라활동을 벌이는 무장병력만도 1만7천∼2만2천명으로 추산된다. 동조세력은 1백만∼1백50만명.
NPA는 결성당시 친소적인 필리핀공산당 (CPP) 과 결별을 선언한 중공의 모택동 이념을 따르는 과격학생들로 출발했으나 70년대에 「마르코스」 치하에서 탄압을 받자 CPP와 다시 손을 잡았었다.
현재는 불법화된 CPP대신 그 후신인 민족민주전선(NDF)의 군사조직으로 필리핀 전국 73개주중 63개주에서 게릴라활동을 벌이고있다.
다른 아시아지역과는 달리 외부 공산세력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정부군과의 교전에서 빼앗은 무기로 자체무기의 90%이상을 충당하고있으며 최근에 중동지역에서 소련제 무기를 일부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게릴라활동은 철저하게 모택동 전술을 따르고 있는데 농촌에 기반을 두고「도시포위혁명노선」을 구사한다.
여기에 도시게릴라 전술을 가미해 수도 마닐라에서까지 데모선동 및 테러활동을 벌이고있다.
NPA는 전술상 모택동 게릴라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월남의 베트콩과 비슷하나 베트콩이 월맹과 깊은 유대를 갖고 있었던 것과는 달리 자연발생적인 집단이랄 수 있다.
NPA는 현재 1개의 기본조직을 1백명 단위로 중대급 규모로 편성, 전국적인 대규모 공세를 펼칠 계획을 짜놓은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들은 게릴라활동으로 평정한 지역을 「해방구」로 선언하고 주민들로부터 「해방세」를 거둬 미약하나마 자치행정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중앙정부에 큰 타격을 주고있다.
또 이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따금 민간이나 외국인을 납치, 몸값을 받고 풀어 주기도 했다.
이번 한일개발 한국인 기술자 2명 납치사건도 NPA의 한 지역분파가 자금마련을 위한 한 방편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엔릴레」국방장관은 NPA의 정치요원들이 현재 전국 4만6천6백19개 마을 중 20%를 장악했으며 이미 중앙정부에도 침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필리핀정국을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아키노」대통령과 「엔릴레」국방장관과의 불화도 바로 NPA에 대처하는 방법에 따른 의견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2월 시민혁명으로 집권한「아키노」 대통령은 국민의 대화해 원칙에 따라 공산세력과도 대화를 통해 17년간 계속된 내분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도 필리핀 곳곳에서 NPA게릴라들과 정부군과의 충돌사건은 계속되고 있는데 작년만 해도 NPA측 2천71명, 정부군 1천2백42명, 민간인 1천1백95명이 양측 교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정부발표는 밝히고 있다.
NPA가 현재 정부측에 요구하고 있는 것은 ▲대대적인 토지개혁 ▲NPA장악지역에서의 정부군철수 ▲수빅만과 클라크 공군기지에서의 미군철수 ▲공산당과 연립정부수립 등 광범위하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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