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고사 「커닝」없애자"|일선교사·학부모 작년 사례 들어 대책촉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대입학력고사를 한달 남짓 앞두고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학력 고사장에서 일부 수험생들이 흉기로 부정행위를 강요하는 등 유별나게 심했던 커닝행위에 충격을 받은 고교지도 교사와 학부모들은 ▲40명 단위의 고사실에 2명의 감독교사로는 부정행위를 제대로 막을 수가 없고 ▲수험생이 흉기로 위협받아 답안지를 보여 줘야하는 공포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다고 지적, 부정행위 방지대책을 서둘러 줄 것을 당국에 촉구했다.
특히 일선고교와 학부모들은 고사장마다 1명씩의 경찰관을 배치하고 교실별 감독교사를 2명에서 3명 이상으로 늘려야 하며 40명의 교실 당 수험인원을 30명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문교부가 그 동안 공공연히 성행해온 부정행위 대책으로 올해부터 답안지 크기를 줄이고 감독교사 외에 순찰교사 조를 편성하도록 하는 계획을 세웠으나 수험생은 물론 교사들도 공포감을 느끼는 고사장 분위기를 바로잡기는 어렵다』며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부정행위=지난해 서울K중학에서 시험을 치른 S군(19· 재수생)은 『고사시작 전 앞줄의 덩치가 큰 친구가 옥상으로 올라가자고 하더니「3수 생인데 이번에 실패하면 내 인생은 끌이다. 답안지를 책상 오른쪽 끝에 놓아 볼 수 있게 해 달라」 기에 「발각되면 나도 혼난다」 며 거절했다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죽이겠다」 고 위협하는 바람에 부정행위 동조자가 됐다』며 『무서워서 시험도 제대로 치를 수가 없었다』 고 실토했다.
서울B중고사장에서 감독을 맡았던 서울E고 K교사(46)는 『S군처럼 협박을 받은 수험생이 답안지를 보여주고 쪽지로 정답을 건네주는 것을 보면서도 적발하면 「나는 끝장입니다」며 심지어는 반말로 대들어 단속을 할 수 없었다』 고 말했다.
K교사는 『문교부가 부정행위를 막는다고 적발되면 5년 이내 기간 응시자격을 박탈토록 하고있으나 실제로 이 같은 규정은 현재의 고사 운영체제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며『폭력적인 방법만이 아니라 같은 번호나 이름이 두 개일 경우 모두 O점 처리한다는 규정을 악용, 이름을 바꿔 써넣겠다고 위협해 부정행위를 하고 A·B형으로 섞여있으나 옆에서는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반듯한 좌석을 흐트려 놓고 베껴 쓰기도 하지만 감독 교사들은 고사 본부까지 수험생을 동행, 자인서와 자신의 확인서를 써야한다는 번거로움과 말썽이 싫어서 보고도 지나치고있다』고 말했다.
◇문교부대책=문교부는 올해부터 이 같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학부모의 고사장 교정입장을 허용, 자녀를 보호토록 하고 ▲답안지의 크기를 지난해보다 6분의1정도 축소했으며▲3인1조의 순찰교사 조를 고사장 학교단위로 편성토록 하고 ▲고사장을 중학교에서 고교교실로 옮겼으며 ▲A·B형으로 나눠진 문제 배열형의 답지 순서도 동시에 바꿨으나 공공연한 협박부정을 막기는 불가능한 대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