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페북에 창업국가론…문재인의 국민성장론 견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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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휴일인 9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은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표 싱크탱크 평가절하
폴리페서 줄세우기 문제점도 지적

안 전 대표는 글에서 지난달 타계한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창업국가로 이끌었다고 소개하면서 “창업국가가 돼야 개천에서 용이 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격차 해소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창업의 심장인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중국 최대 과학기술단지)에는 제2, 제3의 알리바바와 텐센트, 샤오미를 꿈꾸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넘친다고 한다”면서 “창업은 ‘기회의 사다리’로, ‘기회의 사다리’가 치워진 사회는 닫힌 사회, 죽은 사회”라고 지적했다.

참모들은 안 전 대표의 글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대규모 싱크탱크(‘정책공간 국민성장’) 발족식에서 내놓은 ‘국민성장론’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록 대변인은 “문 전 대표가 지난주 대규모 싱크탱크 발족식을 한 데 이어 오늘(10일) 첫 경제 행보로 벤처창업 현장 행보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벤처창업은 안 전 대표가 가장 강점이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적절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의 ‘국민성장론’과 관련해 “2년 전에 제가 다 말한 이야기”라고도 했다. 2014년 12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중심으로 공정성장론을 내놓을 때 이미 자신이 언급했던 내용인데 문 전 대표가 포장만 바꿨다는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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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들은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에 참여하는 일부 교수들에 대해 ‘폴리페서(현실정치 참여 교수)’ 논란도 제기하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싱크탱크에 500여 명의 교수가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연말까지 교수 규모를 1000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오세정 국민의당 의원은 “싱크탱크 참가자 명단을 보니 우리 측과도 참여를 논의하던 분이 몇 분 계셨다”며 “문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대세론’을 굳히기 위해 조급한 마음에 줄 세우기를 서두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비문재인 진영에서도 이와 비슷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비문 진영 의원은 “500명의 교수가 모였다는데 명단도 없고 발제문을 봐도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문 전 대표 측이 다른 야권 후보들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대세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른 비주류 의원도 “교수가 500명이면 웬만한 사립대 교수 전체 숫자와 맞먹는다”며 “한자리에 다 모이기도 힘들 텐데 진지한 정책개발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안희정 충남지사 측 인사는 “안 지사의 경우 그동안 좋은 교수나 전문가를 만나면 당에 적극적으로 소개해 왔다”며 “미리부터 내 편, 네 편을 갈라 적을 만드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표 측은 “안 전 대표에 비하면 오히려 출발이 늦은 셈”이라고 받아쳤다. 안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이 지난달 28일 2기 출범식을 가진 것을 지적한 것이다. 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소장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에는 교수·연구원·전직 군 장성 등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차세현·이지상 기자 cha.sehyeon@joongang.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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