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부시」MIT교수 인터뷰|"코끼리와 춤추듯 미 압력 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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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워싱턴=장두성 특파원】미국 MIT대학경제학부의「루디거·W·돈부시」교수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해 한국은 「코끼리와 탱고를 추는」기술로 대응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미국의 원화 절상압력에 관해『한국이 한가지 양보를 하면 미국은 다음날 새로운 요구를 들고나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불가피하게 양보를 할 경우에는 첫 양보와 둘째 양보사이에 거리를 둠으로써 압력의 일부를 피해야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돈부시」교수와 가진 특별인터뷰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지난달 방한 때 교수께서는 한 연설에서 미국이 원화의 평가절상압력을 가하거든 못들은 척하는「귀머거리정책」으로 대응하라고 해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막강한 미국에 대해 어떻게 하는 것이 못들은 척 하는 것이 되겠습니까?
▲미국은 마치 목잘린 병아리처럼 일관성 있는 국제경제정책 방향도 설정하지 못한 채 빙빙 돌면서 달러 환율문제에 대한 단기적 해결책을 찾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지속적인 한국경제의 성장이 미국에도 유익하며 이를 위해서는 원화 평가절상은 유익하지 못하다는 점을 미국 당국자들에게 완강하게 설득해야지요.
원화의 평가절상을 통해 한국이 그동안 얻은 출 초분 외화를 미국에 돌려준다 해도 미국의 무역수지가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을 것은 물론 미국은 한국이 외화를 돌려줬다는 사실은 곧 잊어버릴 것입니다.
-한국경제정책 입안자들은 한국이 특정분야에 대한 미국압력에 저항하면 미국은 다른 분야로 반격을 해 온다는 사실을 과거의 체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화가 달러화의 평가절하에 동승하지 말고 떨어져야 된다는 미국 측 말에 귀머거리 행세하기가 쉽지 않으리라고 걱정하는 것 아닙니까?
▲사람이 코끼리와 탱고를 잘 추려면 기술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특정 경제정책 입안자의 전략적 이해에 양보도 하고, 그러면서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임으로써 퇴로를 확보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한국이 어느 특정분야에서 양보를 하고 나면 미국은 다음날 아침 또 다른 요구를 들고나올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은 양보를 하되 첫 양보와 다음 양보 사이에 거리를 둠으로써 압력의 일부를 피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코끼리와 춤을 추는 지혜입니다.
-한국이 지금까지 미행정부, 의회 및 업계로부터 몰려오는 통상 압력에 대처해 온 대응방법 및 행 태를 어떻게 평가합니까.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본을 빼고는 한국이 그런 점에서는 누구보다도 유능한 것 같습니다. 의회를 어떻게 움직이며 의회 안에 누가 특정통상법안의 주도세력인지, 또 어떤 분야에서 양보를 하고 어떤 분야에서 실리를 고집해야 되는지를 잘 파악해서 큰 충돌이 없도록 하는 것이 대응방법인데 한국은 이 점에 있어서 상당히 세련된 것 같습니다.
나는 한국에 갔을 때 미국만을 악당으로 모는 이야기를 듣고 약간 불안했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미국은 세계에서 유일한 개방된 시장입니다. 아무도 서구의 수입규제 이야기는 안 하더군요. 미국은 공정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8월 달 미국 무역적자는 그 전달에 비해 거의 50억 달러나 줄어들었는데 이 추세가 계속되리라고 봅니까?
▲아직 추세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제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고 봄이 오는 건 아닙니다. 적자감소가 5개월은 계속되어야 추세라고 하겠지요. 여러 분석가들 사이에 이견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앞으로 1년 사이에 무역적자가 3백억, 또는 9백억 달러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무역역조의「조정」이라고는 할 수 있어도「시정」까지는 못되는 것입니다.
-가상적 질문입니다만 만약 미국의 무역적자감소현상이 하나의 장기적 추세로 굳어질 경우 그 자체만으로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풍조가 줄어들까요?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특히 한국의 경우 미국의 무역역조가 시정되어도 미국의회의 보호무역주의 압력지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무역역조가 시정되는데서 오는 혜택은 한국과 경쟁하는 산업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받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보호무역주의 압력에서 헤어날 수 있습니까?
▲견뎌 나가는 수밖에 없어요. 미녀에게는 항상 남자가 따르듯이 수출에 능한 나라에는 미국의회의 보호주의 압력이 따르도록 되어 있어요.
-교수께서는 서울 연설에서 한국이 얻기 시작한 무역흑자 분을 원화 환율조정을 통해 미국에 되돌려 주지 말고 한국 내에 투자하라고 권고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투자를 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봅니까?
▲두 분야를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첫째는 수입대체 산업분야입니다. 특히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 부품들을 한국 내에서 생산하는 부분을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는 해외 직접투자입니다. 특히 중남미가 투자대상지역으로도 좋을 듯 합니다.
-미국정부가 권유하고 있는 카리브연안을 염두에 둔 이야 깁니까?
▲아닙니다. 멕시코·브라질 같은 나라를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인구가 팽창하고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20년 후면 중남미는 거대한 시장이 됩니다. 카리브연안국은 관광지이지 경제적으로 유망한 지역이 못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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