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가격보다 기술경쟁을"|「사이토」일경단련회장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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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동경=최철주 특파원】「사이토·에이시로」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장은 29일 동경에서 처음 가진 한국 특파원들과의 회견에서 한일간의 가격 경쟁과열을 막기 위해 상호감시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말 일본 재계총리로 불리는 경단련회장으로 취임한「사이토」씨(신 일본제철회장)는 오는 9월1일 방한을 앞두고 가진 회견에서『일본과 한국이 싸운다면 불행하게 된다』고 밝히고『기술경쟁은 좋으나 가격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 가격경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상호감시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사이토」회장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한 경제구조로 충돌 가능성이 적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하면서『서로가 달려들어 설비를 증강하면 서로가 불황에 허덕이게 된다』고 주장, 경제정책이 조화를 이루도록 한일간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과의 친선교환 방문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이번 방한 단에는「사이토」회장을 비롯, 「히라이와·가이시」(동경전력 회장),「도요타·에이지」(도요타 자동차회장),「가나모리· 마사오」(미쓰비시 중공업회장),「마쓰자와·다쿠지」(후지은행 회장),「야히로·도시쿠니」 (미쓰이 물산회장),「히지카타·다케신(스미토모 화학회장),「하나무라·니하치로」(일항상담역)부회장 등 회장단 전원과「도자키·세이키」이토츄 상사회장,「스기우라·빈스케」일본 장기신용은행 회장(일한 경제협회 회장),「우·미쓰오」일 상암정 회장 등 일본의 거물급 재계총수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들은 3일까지 한국에 머물면서 청와대로 전두환 대통령을 예방하는 한편 전경련 회장단 등 한국재계 인사들과 교류를 가질 예정이다.
다음은「사이토」회장의 회견요지.
『한국과 일본은 제철·조선·기계·자동차 등 똑같은 상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보다는 서로 대화를 통해 협조의 시대를 맞아야 한다.
기술경쟁은 해도 좋지만 가격경쟁은 상호간 올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보다 싸고 보다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없을 까를 서로상의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G5 (선진 5개국 재무장관 회의) 같은 상호감시 제도를 한국과 일본이 가장 먼저 실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똑같은 물건을 만들고 똑같이 부지런하니 서로 의논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국은 GNP(국민총생산)를 보나, 물가를 보나 대단히 안정된 경제운영을 하고 있다.
일본은 자동차도 미국에서 만들고 동남아시아에서도 만들며 자본도 수출하고 있어 산업공동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니 큰 문제다. 첨단산업제품을 일본에서 만들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근면하고, 머리가 좋고, 교육수준도 높고, 아마 교육은 일본보다 훨씬 앞서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고교·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일본보다 많은 것 같다.
일본과 한국이 똑같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가격경쟁이 아닌, 보다 상호간에 개선될 수 있는 것을 의논해 나가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서로가 싸운다면 불행하게 된다.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싸움이라 하더라도 불행하게 된다.
전쟁은 이미 될 수가 없다. 모두가 쓰러지게 될 것이니까.
일본에서 만드는 것은 한국에서도 다 만들고 있으니…그렇다면 기술경쟁, 공동연구 또는 발명고안 구상 같은 것은 행복을 위해 얼마든지 해도 좋다. 그러나 가격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하찮은 일이다.
이것은 잘 팔릴 터이니까 하고 서로가 달려들어 설비를 증강하면 서로가 불황에 허덕이게 되니 그러지 말자는 것이다. 그렇게 조화가 되도록 경제면에서 한국과 의논해 나가는 것이 장차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 일본의 1인당 GNP는 1만 달러, 한국은 3천∼4천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이 1만 달러가 된 것은 환율이 1달러에 1백50엔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의 원화 환율도 배로 올라간다면 1인당 GNP는 금방 7천 달러가 되고 만다.
나는 이 같은 숫자는 중요시하지 않는다. 그것보다 실체가 변하지 않았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오히려 GNP면에서는 한국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과 한국이 손을 잡고 관계를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재계인의지혜라고 생각한다.
서로 이해하고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면 기술교류든 뭐든 잘될 것으로 본다.
이번 경단련의 한국방문파견단은 나와 부회장 7명을 포함 25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사절단이다.
「일하는 경단련」이라는 의미에서 모두 가도록 했다. 이 사람들이 모임에서 기술이전이나 그 밖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게 될 것이다. 회장인 나는 기술이전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들을 유도하는 입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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