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검사 필요하지만 악용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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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는 태아의 성감별을 목적으로한 임산부진찰과 검사를 금지하고 검사과정에서 파악된 태아의 성을 임산부 및 가족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규제하는 조항을 의료법에 신설할 방침이다. 그 이유는 최근 임산부에 대한 검사시 태아의 성이 쉽게 감별되는 것을 악용, 여아일 경우 인공중절하는 사례가 많고 이에 따라 남녀출생비율이 1백대1백17의 극심한 불균형을 보여 앞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대한의학협회 등 의료관련 단체들이 강한 반발을 하고 나섰는데, 태아 성감별로 말썽이 되고 있는 각종 임산부 검사는 왜 하는 것이며 문제는 무엇인지를 연세대의대 송찬호 교수(영동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장)로부터 들어본다.

<임산부 검사의 필요성>
여성이 임신을 하게되면 임산부의 건강뿐 아니라 태아의 각종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태아의 발육이 건전한가, 기형적인 체질을 갖고있지는 않은가, 유전적 질환이 우려되지는 않은가, 태어난 후의 정상적인 생존과 성장이 가능한가 등을 체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의사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각종 검사를 실시, 진료에 참고하게 된다.

<검사의 종류>
종래의 가장 보편적인 검사법은 양수검사로 염색체검사·효소검사·화학물질검사로 구분된다.
화학물질검사는 태아의 상태·성숙도·기형여부를 개괄적으로 알아볼 수 있고, 효소검사는 유전적질환 이환여부와 발육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문제는 염색체검사, 1천명중 7명꼴인 태아의 기형여부를 비롯, 유전질환·생식기능상태·지능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체크할 수 있는데, 염색체 검사시 임신 14∼18주면 태아의 성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파생되는 여아 인공중절사태 때문에 84년부터 국내에서는 검사가 금지됐지만 ▲35세 이상의 고령임산부 ▲3회 이상의 자연유산임산부 ▲부모나 직계가족중에 혈우병 ▲선천성 빈혈 등 유전적 질환이 있을 경우 ▲과거출산시 기형아 출산경험이 있는 경우는 부득이 이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양수검사 이외에 융모막채취검사도 태아의 유전질환·선천성질환·기형여부를 판별하는 검사로 임신7∼10주부터는 성감별이 가능하다.
최근에 등장한 초음파검사는 더욱 손쉽게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현재 국내에 약1천대가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진 초음파검사기는 임산부의 자궁에 초음파를 쏘아 태아의 발육·건강상태는 물론 위치·성별까지 일목요연하게 나타나 태아중절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성감별금지의 문제점 및 대책>
송교수는 임산부에 대한 각종검사가 악용되는 사례가 많아 문제이긴 하지만 『성감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감별된 성의 고지에 대한 법적인 규제는 너무 성급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각종 태아검사가 근본적으로 태아와 산모의 건강과 정상여부를 위한 것이고, 한쪽 성에만 나타나는 특정한 유전질환의 경우는 앞으로의 문제를 위해 가족에게 태아의 성을 알려줄 필요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태아검사에 관한 조치는 의료관련기관과 학계의 자율적인 규제에 맡기도록 하고, 오히려 사회적인 남녀차별과 가족법개정 등 점진적인 원인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했다.<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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