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Gallery] 촉촉한 모래 언덕, 돗토리 해안 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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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산의 그늘’이라 불리는 땅이 있다. 일본 열도의 허리, 주코쿠(中國) 지방의 돗토리(鳥取)현이다. 산인지방은 북쪽으로 동해를, 남쪽으로 주코쿠 산맥을 접하고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태백산맥의 동쪽 지역을 이르는 영동지방 정도 되겠다. 한데 산인지방 사람들은 지명에 불만이 많았다. 이름에 붙은 음(陰)자가 습하고 어두운 이미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중충한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비가 자주 내리는 날씨 덕분에 이 지역의 보물이 하나 탄생했다. 바로 돗토리현의 상징, 해안 사구(砂丘)다. 일본 최대 규모의 모래언덕이 이곳에 있다.

해안 사구는 ‘사막’과 다르다. 사막은 연간 강수량 250㎜ 이하인 지역으로 매우 건조하여 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을 부르는 말이다. 해안 사구는 비가 잦게 내려 형성됐다. 빗물에 쓸려 육지의 모래가 바다로 흘러들어 왔고, 파도와 바람에 의해 바다 속 모래가 다시 육지로 떠밀렸다. 그 모래가 누적돼 만들어진 것이 해안 사구다. 산인 지방에는 연간 2000㎜의 비가 내린다. 모래밭 중간 중간에 물웅덩이가 고여 있는 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보인다.

해안 사구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닿는 곳은 아니다. 돗토리현 요나고(米子) 공항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다. 사구를 보려면 적어도 한나절을 투자해야 한다. 그래도 연간 250만 명이 사구를 찾는다. 짙푸른 바다와 사막이 맞닿은 듯한 풍경을 볼 수 있어서다.

사구 입구에서 해변까지 2㎞의 광활한 모래밭이 펼쳐져 있다. 광화문과 숭례문 사이가 온통 모래로 뒤덮였다고 상상하면 된다. 사구는 해안선을 따라 16㎞ 정도 이어져 있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사구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사구에서는 모래에 낙서를 하는 것도 금지다. 해변에서처럼 하트를 그렸다가는 최대 50만엔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글·사진=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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