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팀장들이 풀어 쓴 대선주자 이야기] 안철수, 파이 키우려 잇단 러브콜…손학규, 정계 복귀하고도 소이부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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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손학규전 더민주 고문(앞쪽)의 영입설 속에 안철수 전 대표는 대선 완주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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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
국민의당 팀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상임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결국 한배를 탈까. 만난다면 국민의당 안에서일까, 밖에서일까.

손 전 고문이 지난 2일 광주광역시에서 사실상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저를 죽일 각오로 나서겠다”는 발언에선 마지막 승부를 앞둔 비장함이 배어났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정계 복귀 명분으로 내건 새판 짜기를 할 만한 정치적 공간이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손 전 고문은 현재 더민주 당원이다. 하지만 8·27 전당대회 결과 사실상 ‘친문(친문재인)당’이 된 더민주에서 내년 대선 경선에 나선다면 승산이 낮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손 전 고문은 2007년과 2012년 더민주 계열 정당의 대선 경선에서 이미 두 번이나 쓴잔을 마셨다. 그렇다고 국민의당도 쉽게 선택할 카드는 아니다.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 중심으로 짜인 당이다. 안 전 대표는 요즘 차기 대선을 향해 ‘결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제주 방문 때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광주 무등산(8월 28일)에 갔을 때 등산 코스를 잘못 계산해 등산 잘하는 사람 기준에 맞추게 됐다. 중간에 200계단이 나타나더라.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갈 건가, 아니면 끝까지 올라갈 건가를 생각했다. 중간에 내려가면 또 (언론이) 중도포기, 이런 기사를 쓸까봐 끝까지 올라갔다.” 대선 완주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발언이었다.

현재로선 대선후보 지지도도 손 전 고문이 안 전 대표에 비해 열세다. 최근 조사(9월 6~8일·한국갤럽)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각 18%, 8%인 반면 손 전 고문은 3%였다. 다른 조사(8월 29~31일·리얼미터)에서도 안 전 대표 11.0%, 손 전 고문 4.3%로 비슷한 흐름이었다. 지난달 말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과 안 전 대표가 하루 간격으로 전남 강진까지 내려가 당 합류를 요청했지만 소이부답(笑而不答)인 까닭이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정치권의 새판 짜기를 주장한 손 전 고문이 특정 정당에 가는 것은 맞지 않다”며 “정계 복귀 후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 컨설턴트들은 손 전 고문이 당분간 제3지대에 머물더라도 결국 국민의당과 함께 새로운 정치 구심점을 만드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안 전 대표의 새정치와 손 전 고문의 새판 짜기가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정치컨설팅 회사인 아젠다센터 이상일 대표는 “손 전 고문은 정치 개혁을 명분으로 제3지대를 넓히는 작업을 한 뒤 내년 초쯤 국민의당 입당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선택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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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고문의 경기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안 전 대표는 제3 후보로 무조건 자신이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추석 이후 손 전 고문을 만나 이런 점을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태규 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밖으로 나가 동등한 입장에서 제3지대가 잘되기 위한 주춧돌을 놓을 때 제3지대의 실현 가능성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럴 경우 제3지대의 밑그림은 ‘손학규+국민의당+알파(α)’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차세현 국민의당 팀장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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