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최대 규모 지진] "역사적으로 규모 6.7 정도 지진 9차례 발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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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사기 [중앙포토]

8월에 지진이 있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 고구려 유리명왕 21년의 기록이다. 서기 2년에 해당하는 이 기록이 한민족 역사서 중 가장 오래된 지진 기록이다.

서울대 이기화 명예교수 추정
"가장 큰 것도 6.5 수준" 의견도
역사서에 1800회 지진 기록 등장

25년 뒤인 백제 온조왕 45년(서기 27년)에는 “10월에 지진이 있어서 인가(人家)가 무너졌다”는 기록도 있다. 특히 서기 89년 백제 기루왕 13년 6월에는 “지진이 있어 민가가 무너지니 죽은 자가 많았다”고 했다. 서기 779년 3월에도 “경주에 지진이 발생해 민가가 무너지고 죽은 자가 100여 명이었다”고 돼 있다. 이 정도면 진도 8~9에 해당한다. 여기서 진도는 진원에서의 지진의 강도를 나타내는 리히터 지진계 ‘규모’가 아니라 관찰자가 서 있는 지점에서 느껴지는 지진의 세기를 나타내는 값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이 느껴진 지역 범위도 자세하게 서술돼 있다. 세종 12년인 1430년 5월 9일에는 지진이 관측된 경상도와 전라도 100여 곳 지명을 빼곡히 서술해 놓아 진앙이 경남 함양 부근임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세종 12년에는 1년 동안 10차례의 지진이 기록돼 있다. 국내에서 체계적인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연간 유감(有感)지진, 즉 사람이 느끼는 지진 횟수가 연평균 7.1회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얼마나 지진을 열심히 기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진학자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역사서를 뒤져 1800여 차례 지진 기록을 찾아냈다. 한국교원대 지구과학과 경재복 교수는 “과거 왕조시대에는 자연재해 발생이 왕의 통치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세하게 기록했다”며 “진도나 감진 면적, 즉 지진이 감지된 면적으로부터 지진의 규모를 추정하는 계산식이 개발돼 있다”고 말했다. 경 교수는 “국내 역사적 지진 가운데 강진은 보통 규모 6.0~7.0 사이로 추정되는데 가장 큰 지진은 6.5 수준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경주·강릉·함흥 등지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모두 9차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978년 10월 7일 충남 홍성읍에서는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2명이 다치고 가옥 2800여 채에 균열이 생기는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가 본격적인 지진 관측활동에 나선 것도 이 홍성 지진이 계기가 됐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을 제외하고 근래에 육지에서 큰 지진이 발생한 것은 2007년 1월 강원도 평창에서 발생한 것으로 규모 4.8이었다.

2013년에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모두 93회나 발생해 연평균의 두 배에 이르렀다. 이 중 전남 흑산도 해역과 인천 백령도 해역에서 각각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하는 등 서해에서 발생한 것만 52회를 차지했다. 2014년 4월엔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해역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해 서울에서도 시민들이 진동을 느꼈다.

지난 7월 5일에는 울산 동구 동쪽 52㎞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울산 전역을 비롯해 대구·경북·부산·광주·전남 등지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이기화 교수는 “한반도는 판구조론의 견지에서 보면 유라시아판 내부에 위치해 있는데 판 내부는 경계지역보다 지진이 불규칙적으로 발생해 오히려 지진 발생 지점을 예상하기 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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