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가출병」번진다|"공부싫다"…학기말시험직전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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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고생들 사이에 유서까지 써놓고 집을 뛰쳐나가는「가출병」이 크게 번지고 있다.
고3교실에서나 볼 수 있었던 가출현상은 올들어 고입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3교실에서도 부쩍 늘어나고 있고 특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때면 가출병이 더 심해지고 있다.
대부분이 1주일쯤 나돌다가 돌아오기는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개월이 지나기도하고 비행집단을 이루고, 국민학교나 중학동창 또는 퇴학동료와 어울려 절도·폭행사건에 휘말리고 여학생의 경우는 유흥소등에 발을 들여놓아 큰 사회문제가 되고있다.
학부모나 교사들은 돌아오는 자녀나 학생을 심하게 꾸짖거나 벌을 줄 경우 또다른 비행이나 자살까지도 할 수 있다는 우려때문에 경찰에 신고조차 않고 속수무책으로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 기말고사를 앞둔 지난주 서울A여고에서는 3학년뿐 아니라1,2학년에까지 학급마다 가출학생이 잇따라 교사들이「고사를 지내 액땜을 하자」는등 가출방지에 안간힘이다.
한편 입시생 고민상담을 하고있는 영등포지구 청소년지도육성회 사무국장 김영수씨(44)는『입시를 앞둔 고3, 중3 학생들의 가출이 크게 늘고있다』며『이같은 현상이 매년 10∼20%씩 증가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실태=학기말시험을 앞둔 지난달말 서울H고2년 K양(17)은『공부 못해 살기싫다』는 유서를 써놓고 가출, 주변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K양을 찾아나선 학교측은 인근학교 친구2명도 K양과 같은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함께 가출한 사실을 발견했으나 소문이 두려워 학교나 경찰에도 알리지 않았다.
K양등은 2∼7일만에 귀가했으나 부모·교사들은 또다시 가출할까 두려워 시험기간에조차『공부하라』는 말을 못하고 있는 실정.
K고는 현재 실시중인 학기말고사 결시자 13명중 6명이 가출학생이며 또다른 K고도 올들어 10명째 학생이 가출했다.
강남 B중은 6월초 3학년 3개학급 학생 5명이 집단으로 가출한데 이어 이달초엔 3학년A반 J군등 2명이 또 가출,「집단가출붐」현상이 일고있다.
◇비행=한국여성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소년원등에 수용된 비행청소년중 81%가 가출을 경험한 청소년들로 이들의 비행내용은 여자의 경우 절도(86%)와 폭력(12%)에 편중된 반면 남자는 절도(35%)·폭력(24%)·강도(20%)·성범죄(14%)순.
◇원인=등록금10만원을 인천등지에서 쓰고 10일만에 귀가한 E고2년 L군(17)은『공부도 싫고 성적도 떨어져 가출해 버렸다』고 실토.
현재 근신처벌중인 H여중3년 K양(15)은『퇴학한 친구들이「돈을 벌게해주겠다」고 해 가출했다』고 말해 교사들을 놀라게 했다.
경복고교도담당 진장춘교사는『학기시작후 2∼3개월동안 공부에 매달리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좌절감과 함께 가출충동을 받게된다』면서 여기에 학교분위기·가정환경·교우관계가 가출을 부추기는 큰요인이 된다고 분석.
◇처방=이화여고 조경해교사(생활지도)는『부모와 교사의 긴밀한 대화가 절대 필요하다』고 전제, ▲진학등 환경변화 이후엔 반드시 자녀의 친구이름과 전화번호·가정환경등을 알아두고 ▲등·하교때의 소요시간 ▲시험기간등 학교행사의 파악등을 가출방지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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