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트럼프에 군 못 맡겨”…트럼프 “힘으로 평화 이룰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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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의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7일(현지시간) ‘군 통수권자 자질’ 대결을 벌였다. 트럼프의 국방정책 발표에 이어 두 후보는 NBC 방송이 참전용사 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한 ‘군 최고사령관 포럼’에 30분씩 차례로 등장했다. 오는 26일 열리는 첫 TV 토론의 전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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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은 대통령의 핵심 자격으로 “굳건한 안정성”을 제시했다. 클린턴은 “나는 여러 대통령들과 함께 일하며 이들을 지켜봤다”며 자신의 국정 경험을 강조했다. 안정감이 떨어지는 트럼프에게 군을 맡길 수는 없다는 기존 공세의 연장선이다. 클린턴은 “기질과 판단력이 중요하다”고도 재차 강조했다. 클린턴은 또 “우리는 다시는 이라크에 지상군을 보내지 않을 것이며 시리아에도 그럴 것”이라고 밝혀 오바마 정부의 군사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신 과거 이라크전 찬성을 놓곤 “내 실수”라고 인정했다. 클린턴은 “내 적수(트럼프)는 이라크전에 찬성하고도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며 트럼프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

‘군 최고사령관 포럼’서 자질대결
클린턴은 자신의 국정경험 부각
“안정감 없는 트럼프” 집중 비판

클린턴에 뒤이어 등장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이상의 지도자였다”며 반(反)오바마 정책을 내걸었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클린턴 밑에서 군 장성들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며 “오바마 정부에서 장성들이 와해됐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 격멸 대책을 놓곤 “계획이 있다”며 “적들이 내 계획이 뭔지 알도록 방송하고 싶지 않다”며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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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최근 받았던 국가 기밀 정보 브리핑을 놓고도 오바마 공격에 활용했다. 그는 “내가 충격을 받은 게 한가지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결정과 관련된 일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이라크에서 발을 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유전 지역엔 병력을 남겨놔야 한다고 밝히는 등 상충되는 입장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앞서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힘을 통한 평화”를 강조하며 미사일방어체제(MD) 개발과 육군·해병대 등의 병력 증강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정책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은 육군을 45만명으로 줄인다는데 나는 54만명 수준으로 늘리겠다”며 “해병대는 36개 대대로, 공군 전투기는 1200대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육군은 6만명 늘리고 해병대도 13개 대대를 추가하는 게 된다. 트럼프는 또 “최첨단 미사일방어시스템을 개발하고 순양함 22척도 현대화 작업을 진행하겠다”며 국방 예산 확보 차원에서 현재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를 폐지할 것임을 밝혔다.

트럼프는 특히 MD와 관련해 “동맹국들은 가장 강력하면서도 최고 수위의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이란을 보고 북한을 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MD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라 오바마 정부와 유사하다.

두 후보는 포럼 참석에 앞서 장성 동원 경쟁에도 나섰다. 전날 트럼프 캠프가 퇴역 장성 88명의 지지 서한을 발표하자 클린턴 측은 이날 95명의 퇴역 장성 지지 명단을 공개했다. NBC 방송과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가 이날 발표한 전·현직 군인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55%를 얻은 트럼프가 36%의 클린턴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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