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친패」에 담은 "화목한 가정"|신목중학교 전교생이 가슴에 부모사진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강서구목동 대규모 아파트촌 한옆에 자리잡은 신목중학교(교장 서완석) 학생 4백여명이 학교에서 이름표와 함께 애친패를 달고 있어 교육계의 화제다.
가로 8·5㎝, 세로 6·5㎝의 부모님 또는 가족의 사진을 학생증 뒷면에 붙여 비닐 코팅한 것인데, 1개월간 시험기간을 거쳐 지난 4윌부터 전교생이 이 애친패를 달고 다닌다.
『갈수록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하는 시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기가 어려워지는 것이 도시인들의 생활인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학교는 아파트촌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어 아이들이 아파트 열쇠를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적지않아요. 간접적이나마 부모와 접촉하고 부모를 생각케 하자는 뜻에서 애친패 착용을 생각했읍니다』
『소학』에 나오는『애친경장강사 친우지도(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고 스승을 모시고 벗을 사귀는 것이 도다)』라는 구절에서 애친이라는 명칭을 따왔다는 서완석교장의 설명이다.
부모님 또는 가족 사진의 모양도 갖가지. 2학년1반 이혜선양의 사진에는 올해 84세인 흰 머리의 친할머니가 가운데 앉고 양옆에 이양의 남매, 뒷줄에는 부모님이 나란히 서 있다.
여름 휴가지에서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 사진, 흰눈이 덮인 산에서 포즈를 잡은 부모님 사진을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등으로 사진만으로도 그 가정 분위기를 짐작케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3월말 처음 애친패를 달게 했을 때는 어색하기도 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고 학생들의 태도도 눈에 띄게 조신해지는등 교육적 효과가 두드러집니다.』
전교적인 실시에 앞서 한달동안 시범반을 운영했던 2학년1반 담임교사이자 교무주임인 임익수씨의 얘기다.『애친패 덕분에 모처럼 부부 사진을 찍었다』는 학부모도 있었고, 자녀를 꾸짖을 일이 있을 때는『부모 사진은 뭣하러 달고 다니느냐고 하면 고집이 수그러지더라』고 얘기하는 부모들도 많다는 것.
교사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스릴때 좀더 신중해졌다고 김연희교사는 얘기한다.『학생들을 야단칠 일이 있을 때도 가슴에 단 부모님 사진을 보면 곧 부모님의 입장이 생각나 말 한마디라도 삼가고 조심하게 되더군요.』
실제로 애친패 착용 1개월후 학생들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착용이후『어른을 받들고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는 경우가 약 80%. 『화목한 가정생활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는 경우도 83%로 나타났다.<박금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