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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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4일하오1시30분. KBS교향악단연주회가 열린 서울대문화관. 대학에서는 흔치않은 교향악 연주회여서인지 학생들은 2천석의 좌석을 꽉 메웠다.
「모차르트」의『후궁으로부터의 도피』에 이은「그리그」의 피아노협주곡이 끝나면서 2천여 청중이 우뢰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그때 그 박수소리를 가르며 한 학생이 일어서며 고함을 질렀다.
『학우여! 친구가 분신했던 바로 이 교정에서 이렇게 노닥거릴수 있읍니까』『저금 이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읍니다』이 학생의 고함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학생이 벌떡 일어섰다. 『나가』먼저 고함을 지른 학생을 향해 소리쳤다. 뒤이어 여기저기서 『들어보자』『나가라』는 소리가 엇갈렸고, 욕설까지 오갔다. 격해졌던 감정들은 잠시후 진정됐지만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때 상쾌한 음률과 함께 교향악은 다시 연주됐다. 연주회를 마련하면서「혹시나」했던 대학측의 보직교수들은 순간적인 긴장에서 풀려난듯 가벼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지 막곡인「브람스」의 교향곡1번이 끝나자 2천여청중은 힘껏 다시 손바닥을 쳐댔고 박수 소리는 거의 10분간이나 계속됐다.
앙코르연주가 끝난뒤 무대로 나온 지휘자 금난새씨가『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조금전 그 학생에게도…』라고 덧붙였다. 순간 열광적인 박수가 터졌다. 지휘자와 대부분의 연주자가 청중으로 앉아 있던 학생들의 선배들이었고 교수들도 서울대 선배들이 많았다.
신록의 6월하오 캠퍼스를 짓눌렀던 불협화음은 문화관의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수 없었다. 모두가 교향악의 화음보다 더 잘 어울리는 화음을 이룬 듯했다. 교향악단의 연주에 따라 학생들은 서울대교가를 합창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하나가 된 그런 순간이었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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